[디아스포라 리포트]나성영락교회 편 4

[디아스포라 리포트]나성영락교회 편 4

[ 디아스포라리포트 ] 이민자로서 성경과 신앙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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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28일(수) 00:00
림 형 천
나성영락교회 목사
 
이곳 미국 땅에서 이민자를 섬기는 목사가 된 이후에 성경이 달리 읽혀지는 것을 체험한 것은 개인적으로 뿐 아니라 이민자들을 섬기는 목사로서도 중요한 경험이었다.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은 역시 단일한 문화나 환경 여건에 따라 획일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평면적인 계시가 아니라 성령의 역사속에 자신이 처한 환경과 여건에 따라 가장 적절하게 주어지는 풍성한 계시인 것이다. 이민자로서 제일 먼저 새롭게 느낀 것은 성경의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이민자였으며 그들이 경험한 많은 사건들이 이민자로서 겪었던 것이라는 사실이다. 족장들의 경험, 애굽과 출애굽의 경험, 가나안 정복의 이야기, 바벨론 포로의 경험, 그리고 포로 이후에 예루살렘 공동체의 회복, 그리고 신약 시대의 디아스포라의 역할과 선교의 역사 등 이민자의 삶을 배제하고는 해석되기 어려운 것들이로 성경은 가득 채워져 있다. 다시말하면 이민자가 됨으로 비로소 성경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하면 이젠 하나밖에 없는 아들 이삭을 제단에 바치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난 경험, 다른 인종에게 사로잡혀 간 조카 롯과 그 권속들을 찾아온 이야기, 우물을 빼앗긴 이야기, 거저 주겠다는 막벨라 굴을 굳이 돈을 주고 사서 그곳에 뼈를 묻는 이야기들이 매우 중요한 사건일 뿐 아니라 매우 가까운 나의 이야기로 읽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지식으로는 받아들이는 내용과 내 삶의 문제처럼 다가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성경을 새롭게 읽게 되었다는 것은 또한 나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성경은 결국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시이기 때문이다. 이민자로서 새로운 관점으로 나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것은 곧 나를 객관화 시키는 중요한 경험인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태어나고 그 속에서 살았던 문화적 관점들을 객관화 시켜주는 뜻깊은 경험이다. 우리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내가 익숙하게 가지고 있는 가치관들을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주변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할 뿐 아니라 아무도 그러한 가치관에 대하여 문제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통하여 나를 재발견할 때에 진리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로서 이러한 자기 객관화를 통하여 보게 된 것은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가치관의 많은 부분들이 사실은 기독교적 가치관이라기 보다는 유교적인 가치관이었다는 깨달음이다. 예를 들어서 바울서신에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윤리들은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주인과 종처럼 대부분 짝으로 되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관이라는 잣대로 말씀도 해석하고 적용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의 기억을 되새겨 보면 부모를 공경하라는 설교는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설교는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아내들이 남편에서 순종하라는 메시지는 익숙하게 듣게 되지만 남편들이 아내를 위하여 자신을 다 주어야 한다는 설교는 별로 들은 기억이 없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적절한 것은 하나님의 뜻으로 쉽게 받아 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다.
 
소위 문화라는 것이 복음을 이해하고 전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면서 동시에 장벽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이곳에 있는 한인교회에서는 교육부의 성공여부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인사를 얼마나 잘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성향이 있다. 아이들이 머리를 숙여서 인사를 잘하면 아이들이 잘 배우고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쉽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거꾸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Good Morning!' 'How are you doing'하고 인사를 하거나 그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은 별로 가르치쳐지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유교적 가치관으로 인간관계를 보고 좀더 나가서는 성경적인 가치관까지도 판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경적으로는 결코 아이들에게만 배움과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똑같이 하나님의 뜻안에서 배우고 변화하기를 요청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봉착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결국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요소들이 성서적인 가치관이기 보다는 아직도 유교적인 가치관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즉 유교적 기독교로서는 진정한 기독교를 꽃피울 수 없는 자연스런 이치이지만 이것을 깨닫고 변화하는 것이 역시 쉽지 않은 것이다. 일찌기 리차드 니버가 간파하고 지적한대로 문화를 변혁하는 기독교가 되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관을 변혁시킬 수 있는 신앙적 가치관을 재발견하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성경을 성경의 가치관대로 다시 읽는 경험들이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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