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치유자 이야기

상처 입은 치유자 이야기

[ 건강하게삽시다 ] 8

김종성 박사
2024년 09월 04일(수) 10:11
4월 벚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 암환자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은 의사인데 필자의 심신의학 관련 기사를 보았고, 그래서 필자가 진행하는 회복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은 폐에 13cm와 7cm의 암 세포가 있고, 현재는 뇌로 전이돼 계란만한 덩어리가 뇌 옆에 붙어 있다고 했다. 문제는 조금만 더 커져 뇌를 건드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치료가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의사로써 몸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미 의학적인 치료는 다 해봤기에 마지막 희망으로 심신의학을 의지하게 됐다고 그는 전했다.

다음날 오전 그 분이 아내와 함께 예고도 없이 불쑥 필자를 찾아왔다. 만나보니 자식을 셋이나 둔 30대 후반 가장이었다. 눈부시도록 만발한 벚꽃의 아름다움이 그의 눈엔 오히려 슬픔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1박 2일에 걸쳐 약식으로 몇 가지를 훈련을 시켰다.

그 후 잊고 지냈는데 몇 달이 지나 그로부터 밝은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방금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뇌에 있던 종양이 깨끗이 사라졌고 폐에만 조금 남아있다고 했다. 필자에게서 배운 호흡법 등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것이 자신의 병을 낫게 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다시 몇 달 후에는 그는 많이 건강해져 광주의 큰 병원 과장으로 복직하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실제로 필자는 그를 만나게 됐는데, 반년이 훌쩍 지난 때라 건강하고 멋진 의사선생님이 돼 있었다.

식사자리에서 그는 이제부터는 아무나 만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왜냐면 의사이자 암환자인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한 것을 알고 있는 지인들이 "그가 자기가 알려준 무엇을 먹고 나았다, 어떻게 해서 나았다"며, 말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때 필자는 '대체의학'과 '보완의학'에 대해 이렇게 말해 주었다. "어떤 치료가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통과해야만 하는데, 하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낫게 된 이유를 몸 안의 메카니즘이 증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 두 사람이 뭘 먹고 나았다고 해서 과학이 될 수 없다. 또한 낫게 된 진짜 이유가 그것 때문인지도 알기 어렵다. 적어도 과학이 되려면 70~80%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저절로 기적같이 나았다'고 해도 과학은 아니다. 낫게 되는 메카니즘, 즉 뇌신경, 호르몬, 내분비, 면역 등 다방면에서 증명이 돼야 과학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뿐인 생명을 근거 없는 조언에 맡긴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심신의학은 '심리신경내분비면역학(PNEI)'이라는 과학의 한 부류다. 서구 정통의학에선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는 의미에서 '보완의학'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선 하버드 의대를 위시해서 20여 대학에서 의료보험 혜택이 지원되고 있고, 가까운 일본에선 '심료내과'로 자리를 잡았고, 한국에선 필자가 2005년 가톨릭의대에서 처음 교수로서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이 암환자가 돼 본 의사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을 잘 지키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필자의 바람 한 가지는 많은 목회자들이 심신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이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긴 세월 동안 몸에 대해서만 공부해 온 의사들은 환자의 심리에 대해 잘 모르고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병의 원인 중 80% 이상이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되는 대도 말이다.

필자는 목회자가 심신의학을 공부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는 오랜 동안 사람의 마음을 다뤄왔기에 몸에 대해 조금만 공부하면 멋진 '심신의학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로 세계 의료계는 '몸-마음-영성을 돌볼 전인 치유 전문가'를 찾고 있다. 지금은 웰빙의 시대로 전인 건강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심신의학이야말로 진짜 사람을 살리는 일이요,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의 무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김종성 박사 / 캔미션생명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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