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시대를 사는 기독인의 자세

글로벌 경쟁시대를 사는 기독인의 자세

[ 주간논단 ]

권오병 교수
2024년 09월 10일(화) 07:00
기후격변으로 인한 지구 자원 희소성 증대, 코로나19 이후 고착화되는 자국중심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술패권주의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한참 열기가 더해지는 미국 대선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황도 이런 글로벌 경쟁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 경쟁은 파상적이고 기민하게 전개되므로, 그릇 대응하다가는 자칫 교회의 안전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글로벌 경쟁의 양상과 본질을 사전에 파악하여 바른 대응의 틀을 수립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 틀에 근거하여 신속하고 올바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경쟁은 목표의 동질성, 자원의 희소성과 욕망의 크기의 함수다. 민족과 국가가 내재적 경쟁의 한계를 견디지 못하면 거주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며 글로벌 경쟁이 발생한다. 일찍이 헤로도토스는 세계 역사를 글로벌 패권 경쟁의 역사로 규정하고, 역사는 전쟁이라는 경쟁을 통해서 성장했으며, 전쟁에서 협력은 승리를, 오만함은 패배를 부르는 패턴의 반복이 인류의 역사라고 보았다.

글로벌 경쟁을 보는 교회의 시각은 획일적이지 않다. 경쟁은 불가피한 존재여서 기독인도 이를 수용해야 하며 사도바울도 경쟁을 긍정적으로 보았다는 주장에서부터, 성경에 경쟁이 등장하는 구절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효율적 경제시스템을 위해 경쟁이 불가피하고 분배보다 더 우선된다는 생각은 성경적 근거가 없으며, 현재의 글로벌 경쟁의 양상을 무조건 불가피하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와 일반은총이 잘 드러나는 장소인 자연 생태계에도 인류의 타락 이전부터 '생육과 번성'을 위한 경쟁이 존재했다. 각기 종류대로 지음 받은 종들은 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먹이를 더 잘 획득하기 위해 저마다의 '경쟁력'을 가지고 조화롭게 경쟁한다. 그러나 타락 이후로 자원이 희소해지고 인간의 욕망이 과도해지면서 조화로운 경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경쟁의 타락'과 '타락의 경쟁'의 악순환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러한 글로벌 경쟁의 양상을 직시하고 조화로운 경쟁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다음과 같이 욕망을 제어하고 자원의 희소성을 완화하며, 건강하고 조화로운 경쟁을 유지하는 것에 이바지할 수 있다.

첫째, 교회가 신앙인, 비신앙인 모두에게 정상적인 욕구를 권장하는 기독윤리 교육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주님이 보여주신 건강한 금욕과 절제 가운데 소명을 향해 근면하는 개신교 정신은 작금의 시대에 더욱 빛난다. 이러한 윤리적 삶을 사는 사람과 이웃되기를 마다할 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자녀가 선하고 품격있는 시민교육의 혜택을 받는 것을 거절할 부모도 없을 것이다. 마침 지자체는 마을공동체라는 주민자치 공동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교회와 기독 단체들이 이러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함께 선한 이웃이 되는'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둘째, 창의와 혁신은 자원의 희소성을 일부 극복하게 하여 글로벌 경쟁 강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역사적으로 크리스찬들은 혁신적인 발견과 발명을 이루어왔다. 조화로운 경쟁의 장을 만듦으로써 어려운 이웃을 보호하려는 선한 동기를 가지고 혁신을 이뤄내는 과학자, 공학자, 행정가들을 교회가 많이 배출할 수 있다.

셋째, 사회가 조화로운 경쟁에 진입하게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에 교회가 기여할 수 있다. 사회 구성체들이 각자의 소명을 상호 존중하며, 획일적 잣대로 줄 세우는 관행도, 자기의 소명에 대한 나태함도 거부하도록 기독 모임과 온라인 활동 및 언론과의 협력으로 도울 수 있다. 다른 이의 패배를 수반하는 승리를 쟁취한 자를 비추는 조명은 좀 더 어둡게 하고, 근면과 성실로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축하하는 윤리적 리더십을 교회가 보이기를 기대한다.

권오병 교수/경희대학교·동문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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