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걷는 논두렁 밭두렁 그 길

오늘도 걷는 논두렁 밭두렁 그 길

[ 목양칼럼 ]

신민섭 목사
2024년 09월 04일(수) 16:02
현재 섬기는 교회는 제13대 담임목회자로 1995년 부임해 2년 후 안수받고 섬기다가 2003년 사임한 교회에 제17대 담임목사로 2021년 재부임해 만 3년이 경과했다.

3년 전 부임하면서 교회 가족들에게 인사로 "함께 살려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지역에는 150명분의 선물(마스크, 백설기, 수건)을 준비해 나눴다.

그때 교회 성도는 30명이었는데, 지역에 믿지 않는 분들이 약 150명인 것을 확인했다. 농촌에 사람이 없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젊은 사람이 없는 것은 맞지만 사람은 많다.

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명적 입장에서 보면 어장의 물고기가 엄청 많다. 즉 전도해야 할 대상이 150여 명이나 되는 큰 어장이다. 젊지 않다고, 헌금할 여력이 안 된다고 전도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이 아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 역시 너무나 귀한 구원 받아야 할 대상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함께 달린 행악자 중 한 사람이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할 때, 예수님께서 대답하신다.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전도 대상자는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순간이라도 구원 받아야 할 대상이요, 시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부임하여 동네를 돌며 인사드린 후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읍내에 가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음료수통을 샀다. 그리고 햇볕 따뜻한 날에 논에서, 밭에서, 마을회관에서, 정자에서 만나는 분들께 얼음으로 시원하게 음료를 나누기 시작했다.

믿는 분들은 모두가 좋아하셨는데, 믿지 않는 분들은 "뭘 이런 것을 주신대요? 왜 준답니까?"라며, 조금은 불신의 눈초리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받으셨다. 특히 뒷마을은 원불교 색채가 강해 나누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매주 나눔에 "맨날 주면 우리는 어찌한대요?" 하시며 웃음 가운데 받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부임할 때 가져온 붕어빵 기계를 가동했다. 붕어빵을 굽기 위해 전동차를 중고로 40만 원 주고 구입했다. 붕어빵을 오신 분들에게 나누고, 못 오시는 분들을 위해 봉투에 담아 찾아가는 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시골 동네에서 붕어빵이 구워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며, 간식거리를 먹을 수 있음에 즐거워 하신다. 마을회관에서 쉬고 계시는 어르신들은 고맙다며 한마디씩 하신다. 어느 때는 어르신이 주섬주섬 뭔가 주시길래 봤더니 1만 원이다. 돈 안 받는다고 손사래를 쳐도 억지로 쥐어주심에 나중에 감사함으로 받았다.

지난해 붕어빵 전도를 마쳐야 할 여름이 다가올 즈음 우연히 읍내로 장을 보러 갔다가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보며 생각을 달리했다. '음료수는 한 잔 드리면 그 자리에서 원샷하면 되는데, 아이스크림은 드리면 다 드실 때까지 잠시나마 쉼을 누릴 수 있겠구나'라는 지혜를 얻었다. 그리하여 아이스크림을 담을 보냉가방을 구입하고, 가장 잘 안 녹고 마을 분들이 좋아하실 아이스크림을 찾아냈는데 팥으로 만든 것이다.

팥 아이스크림 박스를 들쳐 메고 논으로, 밭으로, 축사로, 하우스로, 마을회관으로 다니면서 마을 분, 외국인 근로자, 농협 직원, 택배 기사 등 사람이 보이기만 하면 쫓아가 나누기 시작했다. 이렇게 3년간을 전도하니 감사하게도 현재 출석교인이 40명이 넘었고, 올해만 6명이 전도됐다.

"전도가 안 된다. 농촌이 어렵다"라는 이야기들은 이제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그렇다. 농촌은 노령화가 되어가고, 아프고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묵묵히, 담대하게, 나이의 문제가 아닌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구원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오늘도 아이스크림 80여 개를 준비해 나간다. 지금도 우리 마을에는 전도 대상자가 130여 명이 계시기에 말이다.



신민섭 목사 / 군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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