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논단 ]
이정규 목사
2024년 08월 27일(화)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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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목회자는 그 부르심의 현장에서 사역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연임 허락을 받지 못하거나 교회 내 갈등, 질병, 번아웃 등 여러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역지를 잠시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무임목사가 된다.
이런 상황은 어느 목회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갈등과 문제가 해결되고, 질병에서 회복되고,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 다시 목회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현직에 복귀하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정당한 사유 없이 3년 이상을 계속 무임으로 있으면 목사직이 해직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안한 요소가 작용한다.
무임목사는 말 그대로 시무처가 없는 목사를 일컫는다. 제108회기 총회 통계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현재 무임목사 수는 1777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교세 감소 현상 때문에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수많은 개척교회가 문을 닫았고, 그 여파로 사역지를 잃은 목회자가 양산됐다. 사실 시무처에 비해 목사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이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문제기도 하다. 목사는 많이 배출되었지만, 그들이 시무할 곳은 부족해 목회자 수급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불어 교회 성장은 둔화하는데, 목회자는 과잉 공급이 되어 무임목사가 많이 양산된 측면도 있다.
따라서 무임목사를 능력 없는 목사로 취급하거나 하자 있는 목사, 또는 더 이상 사역할 의사가 없어서 무임이 된 거라고 속단하여 비난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계 차원에서 무임목사에 대한 시선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무임목사도 해당 노회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계에 물의를 일으켰거나 이단적 성향, 범죄자 등 목회자로 복권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귀한 사역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무임목사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무임목사들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그들 대부분은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당장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일이 되면 이들은 심한 내적 갈등에 처하게 된다. 가까운 교회에 가서 조용히 예배를 드리기도 하지만, 이전에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온갖 상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견디기 힘든 이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거나 자체적으로 예배를 드린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위치도 불안하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체면이 서지 않아 자존감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목회자로서 위축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임목사들을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하는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총회와 각 노회와 교회가 힘써야 한다. 3년이 지나면 무임목사는 목사직 해직 대상이 되는데,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피치 못해 무임이 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병을 앓고 있는 경우, 3년 이내에 건강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교계 차원에서 신체상 변고가 있는 이들이 편안하게 의료 혜택을 받으며 치료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노회 차원에서 무임목사의 처우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 노회별로 무임목사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무임목사는 노회 참석 시 외톨이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기 노회가 끝난 후 노회 임원들이 무임목사들을 초청하여 위로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의 근황도 나누고, 노회가 도울 만한 방법을 제안 받아도 좋다. 이때 노회 회기 때 있었던 회무 내용도 보고함으로써 소속감을 부여하고, 자존감을 세워줌으로써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회와 교계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교회 현실을 보면, 한 명의 목사가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역을 분담하여 무임목사들도 파트 타임으로 교육목사나 찬양목사, 심방목사 등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교세 약화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재정적인 부담이 큰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밖에 기관사역 현장에서 경목, 사목, 원목 등 파트 타임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무임목사가 아닌 전도 목사로서 지위를 세워줄 수도 있다.
필자는 목사도 의사나 법조인처럼 전문직인데, 단지 교회나 기관에서 사역하지 않는다고 해서 목사직을 해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무처가 없다고 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의 자존감을 상실시킬 필요가 있는가. 그리고 무임목사라는 용어보다는 휴면 목사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교계가 무임목사를 예우하여 소외 없는 교계가 되기를 바란다.
이정규 목사/수도교회 원로
이런 상황은 어느 목회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갈등과 문제가 해결되고, 질병에서 회복되고,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 다시 목회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현직에 복귀하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정당한 사유 없이 3년 이상을 계속 무임으로 있으면 목사직이 해직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안한 요소가 작용한다.
무임목사는 말 그대로 시무처가 없는 목사를 일컫는다. 제108회기 총회 통계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현재 무임목사 수는 1777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교세 감소 현상 때문에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수많은 개척교회가 문을 닫았고, 그 여파로 사역지를 잃은 목회자가 양산됐다. 사실 시무처에 비해 목사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이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문제기도 하다. 목사는 많이 배출되었지만, 그들이 시무할 곳은 부족해 목회자 수급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불어 교회 성장은 둔화하는데, 목회자는 과잉 공급이 되어 무임목사가 많이 양산된 측면도 있다.
따라서 무임목사를 능력 없는 목사로 취급하거나 하자 있는 목사, 또는 더 이상 사역할 의사가 없어서 무임이 된 거라고 속단하여 비난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계 차원에서 무임목사에 대한 시선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무임목사도 해당 노회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계에 물의를 일으켰거나 이단적 성향, 범죄자 등 목회자로 복권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귀한 사역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무임목사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무임목사들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그들 대부분은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당장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일이 되면 이들은 심한 내적 갈등에 처하게 된다. 가까운 교회에 가서 조용히 예배를 드리기도 하지만, 이전에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온갖 상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견디기 힘든 이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거나 자체적으로 예배를 드린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위치도 불안하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체면이 서지 않아 자존감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목회자로서 위축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임목사들을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하는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총회와 각 노회와 교회가 힘써야 한다. 3년이 지나면 무임목사는 목사직 해직 대상이 되는데,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피치 못해 무임이 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병을 앓고 있는 경우, 3년 이내에 건강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교계 차원에서 신체상 변고가 있는 이들이 편안하게 의료 혜택을 받으며 치료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노회 차원에서 무임목사의 처우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 노회별로 무임목사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무임목사는 노회 참석 시 외톨이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기 노회가 끝난 후 노회 임원들이 무임목사들을 초청하여 위로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의 근황도 나누고, 노회가 도울 만한 방법을 제안 받아도 좋다. 이때 노회 회기 때 있었던 회무 내용도 보고함으로써 소속감을 부여하고, 자존감을 세워줌으로써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회와 교계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교회 현실을 보면, 한 명의 목사가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역을 분담하여 무임목사들도 파트 타임으로 교육목사나 찬양목사, 심방목사 등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교세 약화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재정적인 부담이 큰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밖에 기관사역 현장에서 경목, 사목, 원목 등 파트 타임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무임목사가 아닌 전도 목사로서 지위를 세워줄 수도 있다.
필자는 목사도 의사나 법조인처럼 전문직인데, 단지 교회나 기관에서 사역하지 않는다고 해서 목사직을 해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무처가 없다고 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의 자존감을 상실시킬 필요가 있는가. 그리고 무임목사라는 용어보다는 휴면 목사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교계가 무임목사를 예우하여 소외 없는 교계가 되기를 바란다.
이정규 목사/수도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