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하나님의 당부"

"장애인에 대한 하나님의 당부"

[ 현장칼럼 ]

황주연 관장
2024년 08월 23일(금) 08:47
장애인복지 현장에 오래 있다 보니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아픔과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가진 분들을 만난다. 최근, 우리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한 50대 초반의 여성분은 온몸이 경직과 경련으로 손가락 하나도 자기 의지로 사용하기 어려워 식사는 물론 신변 처리까지 생활 전반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돌봐줄 가족도 없고, 활동지원사 등 국가가 제도적으로 마련한 사회적 돌봄시스템도 741시간이나 배정받았지만 실제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워낙 중증인 탓에 당사자의 욕구가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이해 못 하는 돌봄 인력들이 모두 기피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 기관 담당 사회복지사의 노력 끝에 헌신적인 활동지원사가 매칭됐고 이제 병원 진료를 위한 이동이나 식사,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야 하는 신변 처리까지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활동지원사 개인의 품성과 헌신에 지속 여부가 달려 있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이처럼 장애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질병과는 달리 평생 동반해야 할 만성적 아픔이며,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심각한 상황일 경우도 많다.

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시대의 확장까지 도래하면서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들은 다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비가 없거나, 인지 저하나 고령으로 디지털 기술 사용이 미숙한 많은 장애인들은 심각한 일상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마스크나 생활용품,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고 자신들의 디지털 소외에 대해 불편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까닭에 경제적·사회적 배제는 더 심해져 결국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야기시키는 디지털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사회적 지원 서비스가 단절되면서 일상의 삶이 위태로워졌다. 사회복지시설 휴관과 무료 급식, 생활 지원 서비스, 돌봄서비스 등의 중단은 장애인의 고립을 가중시켰고 돌봄의 책임은 다시 가족의 몫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현장은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를 확장했고 특수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 지원을, 장애인복지관들도 유튜브, 줌 등을 통한 소통 노력을 하고 밀키트나 활동키트 지원 등 비대면 사회서비스를 지원하였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들의 발 빠른 노력과 대처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이나 정보화 역량 수준, 활용 수준 등에서 디지털 격차가 이미 존재했던 장애인들의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발달장애인들이나 시청각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사회서비스는 대면 서비스가 원칙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전히 대면 서비스 비중이 크겠지만 점차 디지털 활용 영역은 더 커지고 있으며 정보화 사회의 가속화로 사회서비스 관련 정보도 직접 대면 접촉이나 인쇄물을 통한 제공보다는 홈페이지, SNS 등 인터넷 환경을 통해 제공되는 경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많은 교회들도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고 우리 교회도 주일 예배와 유튜브 영상 업로드 때 수어 지원을 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교회가 장애인들이 각자가 가진 장애 정도와 유형에 관계없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과의 교제를 통한 크리스찬의 삶을 평범하게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접근성 개선이나 보조공학기기 활용 등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함께 노력할 때이다.

황주연 관장 / 구립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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