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윤리적 도전

인공지능의 윤리적 도전

[ 똑똑!인공지능시대목회 ]

김윤태 목사
2024년 08월 21일(수) 12:54
김윤태 목사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 전문 서비스 업종은 지난 4년 사이에 4.8배의 생산성 향상이 있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한국이 인공지능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 연 300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도 한다. 이런 엄청난 수혜에도 한쪽에선 인공지능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위험성에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8월 5일 코스피 지수가 8%, 일본 닛케이 지수는 12.4% 넘게 하락하면서 세계적인 증시 대폭락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의 배후에 인공지능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한몫을 했다고 본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서로 자동으로 사고 팔다가 어느 조건이 만족하자 갑자기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증시 대폭락을 일으켰다는 건데, 흥미롭게도 이번 증시 대폭락이 있었던 나라들은 한결같이 한국, 대만, 일본, 미국처럼 인공지능 알고리즘 프로그램 매매가 활발한 국가였다. 만약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 가정에, 혹은 군사 분야에 일어난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인간의 존엄성이나 생명, 윤리에 대한 가치를 벗어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고통을 없애라는 임무를 부여했을 때 고통을 없애기 위해 인간을 없애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의 사회 윤리적 문제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첫째, 인공지능을 일종의 도구로 본다면 인공지능에 관한 윤리적 문제는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문제, 즉 인간의 윤리적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표절, 지적 소유권 침해와 같은 법적, 도덕적 문제다. 실제로 최근 대학에서는 인공지능 대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는데 음악, 영상, 미술, 심지어 문학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되면서 지적 소유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심지어 목회현장에서도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설교문에 타인의 설교가 들어있을 수 있는 설교 도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딥페이크 악용 역시 심각하다. 지난 4월 10일 22대 총선에서도 상대 후보를 비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딥페이크 영상이 207건이나 적발되었다고 한다. 딥페이크 기반 음란물은 최근 3년 사이에 4배나 폭증했다고 한다. 피의자의 70%는 10대라고 하는데, 실제로 2023년 6월에 중학생들이 교사 2명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돌려보다가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둘째, 만약 인공지능을 존재로 본다면 인공지능에 관한 윤리적 문제는 개발자의 문제, 혹은 인공지능 자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미 개발을 끝낸 ChatGPT 5는 인간처럼 말하기, 듣기, 보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완전한 멀티모달 인공일반지능(AGI)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부 테스트를 거치면서 출시를 미루고 있는데 그 이유가 안전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봄에는 전 현직 내부 직원들이 현재 개발 중인 인공지능 시스템의 통제 상실의 위험성을 깨닫고 공동성명서를 내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문제 중에 의인화와 정서적 의존성이 있다. Open AI에서도 이미 위험성을 밝힌 바와 같이 점점 인공지능이 인간과 깊은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잠재적으로 신뢰의 오류를 초래하는 환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화 허(Her)'에서도 나왔던 것처럼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고도로 정교한 인공지능의 그루밍으로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책임은 도대체 누가 져야 하는가? 자율주행이나 로봇 의사의 오작동, 혹은 인공지능 알고리즘 매매로 피해를 입었을 때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 윤리적 문제를 이미 80년 전에 러시아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예견을 하고 인공지능 로봇의 3원칙을 만든 바 있다. 아시모프의 원칙의 핵심은 마치 인공지능 로봇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사람이 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세계 여러 나라는 다양한 윤리적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 과기정통부도 2020년 인간 존엄성 원칙, 사회의 공공선 원칙, 기술의 합목적성 원칙이라는 3대 기본원칙과 10대 핵심요건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 국내기업도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윤리원칙을 제작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는 기독교계가 답을 해야 할 차례다. 로마 가톨릭은 이미 2020년 2월에 'AI 윤리를 위한 로마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문건은 윤리, 교육, 권리 세 개 분야에 대해 기독교적 지침을 제시했는데, 서문에서는 인공지능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인간 가족에 봉사한다는 원칙에 따라 연구되고 상용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도 하루 속히 교단들과 합의된 기독교 윤리지침과 성서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김윤태 목사 / 대전신성교회·대전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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