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계획, 하나님의 인도하심

사람의 계획, 하나님의 인도하심

[ 미션이상무! ]

이성호 목사
2024년 08월 14일(수) 09:15
필자는 독특한 경력이 있다. 2012~2015년 육군(27사단 77연대)에서 군종목사 사역 후 전역을 했다. 그리고 2017년에 재임관하여 해군해병대 군종목사로 사역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님께서 필자를 군선교 현장으로 다시 부르신 과정을 나눠보고자 한다.

육군에서 사역할 때 군복무 연장이나 장기 신청을 하지 않고 3년만에 전역을 했다. 사도 바울이 준 영감 중 가장 강렬한 것은 그가 '텐트메이커'였다는 사실이다. 개척교회 목사를 아버지로 둔 필자는 어려서의 경험 때문인지 헌금으로 생활하는 삶이 아닌 다른 일을 통해 수입을 얻고 싶었다. 그리고 교회는 가정교회와 같은 대안적 공동체를 꾸리고자 하는 지향했다.

전역을 하고 여러 일을 시도해 보았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고, 기독교 NGO에서 파트타임으로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동시에 인천에 있는 교회에서 파트타임 중등부 목사 역할도 겸임했다. 쓰리잡 인생이었다. 1년을 넘게 이렇게 살다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둘째 아이가 생겨버렸다.

이때 선택의 길은 두 갈래처럼 보였다. 중등부 사역을 하고 있던 교회에서 풀타임 목사를 하라는 권유가 있었고, 또 NGO에서 풀타임으로 전환하여 본격적으로 일을 해보라는 제안도 받았다. 둘 다 내키지 않았다. 일반 교회 교역자는 답답하게 느껴졌고, NGO는 모호하게 여겨졌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던 그때, 전역한 사람도 군종목사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혹했지만 차마 지원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군대를 두 번 들어간단 말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기도를 드리게 됐다. '만약 군종목사가 제 길이면 하나님 사인을 주십시오!'기도 외에는 무엇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덧 원서접수 마감일이 됐다. 그때 필자는 교회 교역자 수련회 때문에 제주도에 있었다. 마감일 저녁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원서접수가 끝난 그때 전화와 문자가 빗발쳤다. 현역 군종목사들로부터 지금도 지원할 수 있다고 하니 꼭 지원하라는 전화였다. 이미 군종목사로 전역한 1년 선배 목사도 지원하라고 했다. 전역했던 부대의 상급부대 목사는 "성호야 고민하고 원서 넣지 말고, 원서 넣고 고민해라"라는 말까지 했다. 하나님의 사인이라 생각했다. 다음날 원서를 접수했고 재임관한지 8년 차 군종목사가 됐다.

필자는 재임관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군대에 다시 들어오리라 생각 못 했다. 심지어 쓰리잡을 하며 정신없이 살 때에도 '아 군종장교 할 때가 좋았지'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1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매우 행복하다. 청춘들을 원 없이 만날 수 있고, 이들에게 축복의 통로 역할을 이보다 잘 해낼 수 있는 보직이 어디 있나 싶다.

돌아보면 자신의 계획대로 우왕좌왕할 때는 행복하지 않았다. 늘 불안감과 망상이 필자를 괴롭혔다. 그러나 이러한 우여곡절을 경험하면서 차차 하나님을 신뢰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이제 삶에 큰 변화가 생겨도 예전만큼 불안해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어떤 상황에서도 선한 길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삶의 여정을 지나면서 필자가 수시로 읊조리는 말씀이 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 16:9)



이성호 목사 / 해군평택교회·해군 2함대 군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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