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과학과 진리, 그 사이 어딘가

문화와 과학과 진리, 그 사이 어딘가

[ Y칼럼 ]

조수진 청년
2024년 08월 14일(수) 02:14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아주 간단한 선택을 요하는 질문에서부터 불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정의(定義)까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가치관과 생각, 문화와 시대와 세대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변하곤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학생이었다. 그 호기심은 신앙생활에서도 동일했고, 수많은 질문들로 교역자분들과 리더들을 괴롭히곤 했다. 나의 질문들엔 순수한 듯 철없는 질문들이 있었고, 철학적이고 심오한 질문들도 있었다. 이러한 학구적인 듯한 자세는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내가 이렇듯 성경에 대해, 하나님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님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성경 지식을 더 많이 쌓고자 하는 욕심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내 마음 속 큰 비중을 차지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세상의 가치관과 진리가 충돌할 때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고 싶은 열망이다.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과정 속에 수많은 과학적 지식을 접하게 되었고, 여느 이 시대의 청년들과 다를 바 없이 수많은 새로운 문화들도 접하게 되었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정보들과 가치관들은 내가 믿는 진리를 향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신이 없다 말하는 무신론,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진화론, 인간의 존엄성만을 최고로 내세우는 인본주의, 그 와중에 인권을 짓밟는 능력주의와 극한의 자본주의,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믿는 과학만능주의, 문화의 옷을 입고 우리를 속이는 온갖 형태의 죄악들.

이런 수많은 가치관에 입각한 수만 가지의 질문들 앞에 지금 이 땅의 수많은 교회들과 그 교회라는 울타리 속에 숨어있는 나는 진리를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지혜로운 선택들을 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는 와중에 듣기 좋고 보기 좋은 유혹들은 사람들을 점점 더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과 진리는 이런 상황에서 특별한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지금 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어둡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성경에 나타나는 어두운 시대와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악한 것에 있어서는 동일하나 현시대는 과거보다 더 다양하고 기형적인 형태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나는 교묘하게 말씀을 비트는 이단들에게도 대차게 맞서고 싶었고, 믿지 않는 주변 친구들의 무신론적 질문들에도 성경적인 대답을 하고 싶었기에 더 공부하고 탐구했던 것 같다.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는 과정 속에 나는 수많은 위태로운 질문들을 하기도 했다. 내 안의 이 위태로운 질문들은 문화-과학-진리의 삼각 구도를 그려놓고 오랜 시간 배회하며 때론 죄를 수용하기도, 말씀에 반하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께서 내게 확립시켜주신 아주 작은 믿음이 내 안에 있다.

문화-과학-진리는 삼각 구도를 이루는 것이 아닌 동심원의 구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는 믿음이다. 즉, 하나님께서는 내게 진리를 바탕으로 문화와 과학을 이해하게 하시는 통찰을 주셨다. 결국 문화 위에 하나님이 계시며 과학 위에 하나님이 계심을 굳게 믿게 하신 것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기도해야 함을 안다. 죄가 죄가 아닌 시대가 되지 않게, 하나님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가치관이 활개 치는 시대가 되지 않게, 늘 깨어 기도하며 말해야 한다. 내가 모든 이치를 다 알 수 없고, 하나님의 그 완벽한 지혜에 도달할 수도 없겠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와 믿음을 가슴에 품고, 이 세계를 지탱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용기까지 겸비한 왕 같은 제사장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조수진 청년 / 장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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