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목회적 도전

인공지능의 목회적 도전

[ 똑똑!인공지능시대목회 ]

김윤태 목사
2024년 08월 07일(수) 08:40
김윤태 목사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며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다음 세대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음 세대 목회는 과연 어떤 도전을 맞이하게 될까?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는 과몰입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사용 국가는 놀랍게도 필리핀이라고 한다. 디지털 2019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 사람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3분 동안 컴퓨터나 모바일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온라인 가상공간은 동서와 빈부의 경계가 사라졌다. 2024년 현재 매일 35만 명의 신생아가 출생하는데, 인터넷 이용자 수는 하루에 100만 명씩 늘어난다고 한다. 인터넷 이용자 수가 인구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매일 5시간 14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공지능 사용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기업의 경우엔 2023년 인공지능 사용률이 2.7%에서 28%로 10배 늘었다고 한다. 최근 조사에서는 기업의 41%가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인들의 인공지능 사용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조사에 따르면 MZ 세대의 경우엔 65%가 거의 매일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탑재된 모바일 기기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인공지능이 한층 더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과몰입은 필연적으로 디지털 미디어와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살아가는 과의존적인 삶을 낳게 된다. 사실 지금도 이미 우리는 각종 검색 사이트에 과몰입, 과의존되어 살아간다. 과거엔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이 생기면 제일 먼저 목회자에게 상담을 요청했었는데, 오늘날에는 포털사이트 혹은 유튜브 검색부터 하고 있다. 사색의 시대에서 검색의 시대로, 말씀으로 검증하던 시대에서 구글로 검색하는 시대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 자리를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빠르게 대체해서 더 정확하고, 더 빠르게, 더 적절한 답을 얻어내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목회자의 기능적 대체로 널리 활용되어 하나님께 의지하기보다 인공지능의 조언을 더 의존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이것은 자칫 성도들의 영성을 체험적 영성에서 지식적 영성으로, 영성 형성 추구에서 정보 습득 추구로 변질시켜, 결국 영국의 종교사회학자 그레이스 데이비(Grace Davie)가 말한 "소속 없는 믿음"을 가진 플로팅 크리스천(Floating Christian)을 대규모로 양산할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한국교회언론회는 "기독교는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영성이 약화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며 "과학발전의 시대에도 여전히 모든 것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목회자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는데, 이전에는 목회자가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 강대상에 엎드려 기도하거나 기도원에 들어가 성령님의 인도를 구하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온라인 가상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각종 검색 사이트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목회자 역시 강대상이나 기도원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미 설교 제목부터 구성까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있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AI 보이스 오버 생성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성경공부 음성파일을 만들거나 소라(sora)와 같은 텍스트-비디오 AI 모델을 통해 설교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도 성령님보다 디지털 기기나 인공지능에 과몰입, 과의존되어 살아가는 유혹에 직면하고 있는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보다 인공지능의 신기한 기능과 해석에 열광하고 성도들의 필요보다 성도들의 관심에 관한 빅데이터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우려가 어느새 목회의 큰 도전이 되어 가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주소를 듣고도 자기 혼자 힘으로 찾아갈 수 없는 택시 운전사의 딜레마처럼, 목회자도 인공지능을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자기 혼자 힘으로 본문을 석의하거나 설교를 작성할 능력이 사라질 수 있다. 결국 해법은 거리두기와 절제다. 자크 엘룰이 말한 "기술은 중립적 실체가 아니라 신성한 힘을 부여받은 비인격적인 권세"가 될 수 있다. 기술을 신뢰하고 숭배 대상으로 삼는 오늘날 기술사회에 인공지능이 또 다른 우상이 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메타버스 인공지능 시대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임을 잊지 말자.



김윤태 목사 / 대전신성교회·대전신대 겸임교수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