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죄송합니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 목양칼럼 ]

이정복 목사
2024년 08월 07일(수) 19:48
사람들은 대인관계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 때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하려고 한다. 칭찬 들을 만한 일이 생길 때는 나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뒤로 숨기도 하고 환경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도 한다. 사역에 문제가 생길 때 누구에게 알려질까 염려하면서 다른 사람 앞에서 태연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목사가 사람은 두려워하면서 하나님 앞에 두려운 마음이 없으니 어찌 된 일인가? 성도들에게는 "하나님이 우리의 언행을 듣고 보시니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합니다"라고 설교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보다 성도들의 상황에 더 예민하지 않은가?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하실까?

성도들이 큰 어려움을 만날 때 기도해달라고 말하면 필자는 여지없이 하나님의 계획을 무시한다. 하나님의 백성인 그 성도가 내 양으로 착각하면서 "하나님 해결해 주세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충성합니다." 필자가 기도하는 대로 하나님이 하셔야 된다고 목에 힘을 주고 있으니 기도인지 판결문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성도들은 그 기도가 힘이 된다네요."

금요일 오후에 헌신하는 집사 부부가 목양실에 찾아왔다. 내일 토요일부터 3박 5일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기도해달라는 것이다. 이젠 이판사판이다. "하나님 축복하옵소서. 안전하게 하시고 행복하게 하옵소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영광 돌리게 하옵소서. 기쁘고 즐겁게 하옵소서." 거룩한 주일을 범하든 말든, 하나님 마음이야 아프시든 말든 행복하게 여행 다녀오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 그들이 돌아간 후에 하나님 앞에 변명하게 된다. "하나님 그러면 어떻게 해요? 비행기표 끊어놓고 호텔 예약되었고, 경비를 다 냈는데 기왕 가는 거 즐겁게 다녀오라고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하나님 죄송합니다." 32년을 이렇게 목회하였으니 하나님은 필자를 보시며 얼마나 답답해하실까?

한국교회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그럴싸한 핑곗거리들이 마음속에서 자라기 시작하였다. "세계 경제를 흔들고, 인간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며, 사람들이 모여서 집회하는 것이 반역이라 생각했던 코로나 시기를 거쳤는데 한국교회가 퇴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코로나 시기를 고스란히 겪으면서 지금 우리 교회가 이 정도로 모일 수 있는 것이 선방한 거야." 와~ 도대체 이것은 누구의 음성일까? 성령께서 주시는 마음인가? 아니면 마귀가 들려주는 유혹인가? 코로나 이전만큼 모이지 못하는데 무엇 때문에 당당한가? 하나님은 무어라 말씀하실까?

우리 교회 성도들은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신앙생활 한다. 108년의 역사 깊은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에 예배 한 번도 중단하지 않은 것과 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차 안에서 예배하였던 것을 광야의 은혜라고 자랑한다. 또한 성도들이 한결같이 선교에 동참하면서 선교 많이 하는 교회라고 자부심을 가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자부심은 아름답지 않다.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는 자부심은 교만과 연결된다. 때로는 자부심이 핑곗거리로 전락하고 핑계 대는 것이 일상이 되면 핑곗거리가 당연함이 되고 당연함이 당당함으로 변하기도 한다. 결국 핑곗거리는 내 심령을 여지없이 안일함의 늪에 가두어 버린다. 하나님이 아파하신다.

"하나님 죄송해요." 필자는 그동안 하나님의 마음보다 성도들의 마음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말씀대로 순종하며 성도들을 지도해야 하는데 인간의 정이 앞설 때가 많았다. 이것은 성도들을 유약하게 만드는 것이며 성도들을 내 편 만드는 어설픈 사랑이다. 목회자는 하나님과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성도들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신앙생활의 기준인데 인간의 감정이 앞선다면 실패하기 쉬운 일이다. 우리에게 마음을 맞추시려고 이 땅에 오신 주님을 기억하며 주님이 가신 그곳에 내가 가며 주님의 마음이 있는 그곳에 내 마음이 있기를 다짐해본다.



이정복 목사 / 옥천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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