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한국교회에 대한 참회는 여전히 필요하다

일제하 한국교회에 대한 참회는 여전히 필요하다

[ 논설위원칼럼 ]

정종훈 교수
2024년 08월 05일(월) 13:02
광복절 79주년을 앞두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이후 매년 광복절을 기념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광복을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광복'이란 빛을 되찾았다는 말로,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주권을 회복했다는 뜻이다. 일본은 우리 민족에게 착취와 억압을 일삼았고, 민족정신과 문화를 말살하려 했으며, 태평양전쟁 중에는 강제징용, 강제징병, 위안부 제도 등을 시행하며 한반도 전체를 '병참기지'로 활용했다. 일제하 35년 동안 생존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었던 우리 선조들에게 일본 천황이 항복한 8월 15일은 당장은 해방의 날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더욱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41년 11월 28일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을 축으로 하는 삼균주의를 근간으로 건국강령을 마련했고, 12월 7일에는 대일선전포고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요청으로 1945년 8월 8일 일본에 전쟁을 선포한 소련이 한반도 전체를 순식간에 장악할 것을 두려워한 미국은 한반도의 남쪽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38선을 기준으로 소련에 대해 분할 점령할 것을 갑자기 제안했다. 소련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기에, 결국 북쪽에는 제안에 응한 소련 군대가, 남쪽에는 제안을 주도한 미국 군대가 진주해서 한반도 전체를 점령했다. 일본의 일장기 대신에 북쪽에는 소련기가, 남쪽에는 성조기가 펄럭였다. 이렇게 시작된 한반도의 국토분단은 우리 민족의 온전한 해방과 단일국가로서의 주권 회복을 미루게 했다. 1948년 8월 15일과 9월 9일, 냉전 상황에서 남북 각각의 정부를 수립하며 도래한 이념분단은 한국전쟁 이후 민족분단을 강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해방 직후 초대 국회는 '반민족행위특별법'으로 친일파를 척결하고, 일제하 과거를 청산하고자 했지만, 반대하는 우파와 친일 세력들에 의해 좌절되었다. 한국교회 역시 일제하의 잘못을 청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교회의 과거청산에서 주로 논란이 되었던 것은 신사참배였다. 신사참배는 천황을 최고신으로 숭배하는 것으로 조선 사람의 신념과 정신을 천황 중심의 국가주의로 변질시키는 우상숭배였다. 이는 민족의 정체성을 약화시켰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 일제는 이를 통해 조선을 정치적으로 통제했고, 전시동원체제를 구축했다. 1938년 9월 10일 장로교 제27회 총회는 신사참배를 종교의식이 아닌 국가 의식이라 주장하며 참여를 결정했다. 훗날 이를 주도했던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와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그들에게는 신앙의 본질보다 교회의 조직유지가 더 중요했던 셈이다.

그러나 일제하의 한국교회가 단순히 신사참배만 허용했을까. 한국교회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했다. 교회의 종을 떼어 상납했고, 비행기 헌납을 위해 능력 이상으로 모금했다. 청년들의 군대 입대를 장려했고, 강단에서는 전쟁의 승리를 기도했다. 기독교 교육기관들은 일제의 교육방침을 따라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쳤고, 황국신민화를 부르짖었다. 다수의 기독교 인사들은 조선총독부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서 일제 정책을 지지하거나 협력했고, 일제와 천황에게 충성할 것을 종용했다. 선조들의 독립 의지와 저항 의지를 소멸시키고자 했고, 젊은이들에게 군인과 위안부로 나갈 것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한편 한국교회는 예배당에 국기 게양탑을 설치하고, 일장기를 향해 경례했으며, 황국신민서사의 암송을 통해 일제에 대한 애국심과 천황에 대한 충성심, 내선일체를 위한 각오를 다짐했다. 우리는 일제하 한국교회가 그저 신사참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제의 침략전쟁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서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대의 역사이다. 역사는 죽은 과거로 끝나지 않고,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로 작동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잊어버리는 자는 그것을 반드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일제 하 선배들의 잘못된 행적들을 전체적으로 직시하고, 선배들이 범했던 신사참배의 죄와 침략전쟁 지원의 죄, 신앙의 본질을 왜곡한 죄 등에 대해 지금이라도 철저히 참회해야 한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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