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미션이상무! ]

임광식 목사
2024년 07월 03일(수) 07:32
부대 유격훈련 시작 전 안전기도 장면.
"목사님께서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유세계의 최전방, GP(Guard Post-최전방 감시초소)를 방문한 날 어느 수색병에게서 들은 말이다. "군종목사를 기다렸니, 햄버거를 기다렸니?"라고 웃으며 되묻자 수색병은 덩달아 웃으면서도 사뭇 진지하게 GP완전작전기도회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말로 필자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적과 가장 가까운 비무장지대, 이제는 병영 내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조차 반입되지 않는 GP에서 현행작전을 수행하는 장병들의 마음은 기댈 곳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적이 언제든 우리 앞으로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곳에서의 일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필자가 탄 경호차량이 전술도로를 지나 GP로 들어올 것을 기다린다. 필자 또한 그들을 만나러 간다.

"목사님, (헉헉) 못 뵙는 줄만 알았습니다." 한참을 달려왔는지 숨을 몰아쉬던 어느 전차병이 필자에게 했던 말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해, 교회에 모일 수 없어 부대별로 주일 하루 예닐곱 개의 주둔지를 순회하며 예배를 드리던 때의 어느 주일이다. 한 부대에 긴 시간을 머물 수 없기 때문에 예배를 마치고 짧은 인사를 나누고는 복도로 나섰는데 어느 용사가 급히 달려와 멈춰 섰다. 용사가 숨을 고른 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빨리 안 올라오면 목사님 떠나실까 봐 위병소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한다. 눈물이 핑 돌았다. 생활관으로 아직 돌아가지 않은 용사들과 함께 둘러서서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했다. 필자를 일주일 내내 기다리다가 혹여나 못 만날까 달려오기까지 한 용사의 손을 붙들고 '내가 무엇이기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들을 만나러 가는 일만큼은 멈추거나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귀한 특권이기 때문이다.

"목사님…." 주차장까지 나와 서성거리며 기다리던 어느 용사가 부대를 찾아간 필자에게 인사를 건네곤 이내 말을 잇지 못했다. 용사가 끼고 있는 안경이 눈물로 얼룩져있다.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구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큰 슬픔을 당하고는 어찌할 바 모르는 중에 있는 상태였다. 마음이 힘들어 필자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해 주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상하고 찢긴 마음에 공감하며 간절히 기도했고, 이후로도 찾아가 그를 돌보았고, 다행히 그는 서서히 회복해 건강한 모습으로 전역했다. 지금도 주차장에 나와 필자의 차가 위병소를 지나오는지 내다보며 기다리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내가 무엇이기에'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 한 켠에 도사리고 있는 불평과 교만을 잠재운다.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결코 필자의 능력과 인품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군선교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저 주어진 특권이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이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은 특권 중의 특권이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러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임광식 목사/상승계룡교회·육군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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