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윌스토어를 통해 변화되는 장애직원들

굿윌스토어를 통해 변화되는 장애직원들

[ 현장칼럼 ]

홍세원 굿윌기획본부장
2024년 06월 28일(금) 15:54
굿윌스토어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사람들이 왜 굿윌스토어에 기증을 하는지 궁금해지곤 한다. '문제 해결에는 원인 파악이 90%를 차지한다'는 말처럼, 기증을 하는 이유를 알면 굿윌 사역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질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고민해 왔는데, 어느 날 다른 NGO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이 간단히 정리해 주셨다. 사람들이 기증이나 기부를 하는 이유는 개개인의 삶이 변화되기를, 혹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밀알복지재단에서 굿윌스토어를 시작한 지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발달장애인들의 삶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자존감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과거에는 수입이 없어 가족에게 의존해서 살아야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족을 부양하는 장애인 직원들이 많아졌다. 20대 후반에 굿윌스토어에 들어왔던 직원들이 지금은 40대의 가장이 되어, 은퇴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가족이나 국가에 의존했겠지만, 이제는 경제적으로 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가족을 위해 무언가 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아주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생긴 변화는 자기들만의 커뮤니티가 생겼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위험한 일은 고립되는 것이다. 무리 안에 섞이지 못하고 혼자 외로이 떨어져 대화할 사람도 없고 인생의 풍요로움을 함께 나눌 친구도 없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젠가 장애직원의 부모님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뜻밖의 대답을 해주셨다. 일이 끝나도 장애직원들끼리 계속 카톡이나 문자로 소통하며, 주말에는 다같이 모여서 영화를 보거나 놀러 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혼자 생각에 사로잡혀 스크린만 보는 인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좋은 추억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의도한 적도, 계획한 적도 없는 선물과도 같은 결과였다.

세 번째는 치유의 변화이다. 굿윌스토어 초기에 장애직원의 부모님들을 단체로 만난 적이 있다. 그중 한 어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어머니의 아들은 초등학생 때 고열로 인해 머리에 물이 차면서 건강이 크게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어머니는 의사에게 아이를 꼭 살려만 달라고 애원했고, 행여나 고비가 왔을 때 의사가 없으면 어쩌나 싶어 매일 밤 의사와 간호사의 야식을 준비했을 정도라고 한다. 몇 개월 후, 아이는 기적적으로 살았지만 청각을 잃게 되었다. 청각을 잃은 아이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여러 곳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을 고용하겠다는 회사는 없었다. 다행히 한 조그만 업체의 마음 좋은 사장님을 만나 취직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2년 후 회사가 문을 닫게 되어 다시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후 일하게 된 곳은 제빵회사였는데, 아이는 그곳에서 오른팔을 잃었다. "아이가 아파서 청각장애를 갖지만 않았더라면, 제빵회사에서 팔을 잃지 않았더라면 굿윌스토어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신 어머니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듣는 사람을 위로하듯 웃는 얼굴이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시련과 설움을 당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이는 그렇게 굿윌스토어 직원이 되었고, 처음 몇 해는 다른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우울해하며 짜증을 내곤 했다. 그러나 굿윌스토어에 온 지 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회사도 잘 다니고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정말 좋은 변화이다.

또 다른 직원은 굿윌스토어 입사 당시만 해도 중증의 정신장애였는데, 최근 병원에서 경증으로 호전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폐증으로 인해 아버지와 눈도 거의 맞추지 않던 한 직원은 이젠 퇴근길에 책방에서 책을 골랐다고 아버지에게 전화도 한다. 도로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던 한 직원은 카페에서 어머니를 도와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처럼 굿윌스토어에는 일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여호와 라파의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일 예수를 믿지 않던 사람이 믿게 되었다면, 그 사람에게 주님이 바라시는 것은 삶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를 무한히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해, 그리고 죄 가운데 있던 우리가 다시는 죄의 올무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으신 것도 우리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하신 일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나님께서 굿윌스토어를 통해 장애직원들을 사랑하고 계시다는 증거들은 우리 안에 차고 넘친다. 이 축복된 여정에 동참하여 하나님께서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경험하시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홍세원 굿윌기획본부장(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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