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를 잃어버린 교회

'안전장치'를 잃어버린 교회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6월 03일(월) 10:11
지난달 교회개혁을 주제로 열린 공개세미나에서 부천 S교회의 부목사가 담임목사에게 '복지정책'을 제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월요일 새벽기도는 격주 출근(담임목사와 부교역자가 교대로)하고 전임사역자에게는 주일 포함 총 13일의 정기휴가(월요일~그 다음주 토요일·준전임사역자는 6일, 교육자역자는 토요일)를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부임 후 1년 후에는 한해 동안 사용 가능한 특별휴가를 전임 10일, 준전임 5일 부여하고 공휴일 사역(새벽기도 부흥회 예배 등)이나 저녁시간 교인의 장례가 있을 경우 익일 오후 출근이나 휴가로 보상한다는 '근로계약서'였다.

담임목사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지만, 때마침 부목사가 '더 좋은(?) 사역지'를 찾아 떠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고 한숨을 돌렸다는 이야기였다.

한국교회 정서는 사역자(부교역자)의 '근로 계약서'를 아직 온전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성직자'로서의 섬김과 헌신이 자칫 '돈 값'으로 비춰질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교역자들은 저임금·장시간 고강도 노동·불안정한 고용을 겪으며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급기야 '법정'에서 "부교역자도 근로자"라고 호소하는 상황에서 부교역자의 열악한 사역환경은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기윤실은 지난 5월 30일 부교역자의 열악한 처우개선 운동의 일환으로 2016년 발표한 '부교역자 근로계약서'의 개정판인 '부교역자 표준동역합의서'를 공개했다. 합의서에는 사역내용, 사역시간, 사례비, 퇴직금 등의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사실 지난 8년 동안 부교역자 근로계약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전국교회에 크게 확산되지는 못했다. 올해 발표한 '동역합의서' 역시 지역교회가 얼마나 크게 호응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더이상 부교역자의 문제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시시비비를 가르며 상처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어쩌다가 교회는 제 식구에게도 '안전장치'가 되지 못하고, 법의 힘을 빌려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걸까 하는 아쉬움만 남을 뿐.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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