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해도 '순교신앙' 잊지 말아야

시대 변해도 '순교신앙' 잊지 말아야

[ 사설 ]

한국기독공보
2024년 06월 03일(월) 00:30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첫 3세기 박해와 기소, 로마시민들의 선입견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그리스도인들이 기소되었을 때 심문관의 질문에 가장 먼저 고백한 말이다. 첫 3세기 로마제국에서 예수를 따르는 자들은 제국의 안녕을 위협하는 무리로 인식됐다. 따라서 자연재해나 사건 사고가 나면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희생양으로 기소되기 쉬운 존재였다. 심문관이 기소된 피의자에게 '너는 누구냐'를 물으면 자신의 이름보다 먼저 드러낸 정체성이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이다. 이 고백 후에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심문관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면 생명과 삶을 보장해 준다는 설득에도 그들은 고집스레 끝까지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은 죽임 당했다. 우리는 이들을 '순교자'라 부른다.

순교자들이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고집한 것은 자신의 죽음과 희생을 통해 이웃을 살리고, 자신을 죽이려는 폭력을 가슴으로 안아 용서를 선포하고, 그렇게 폭력의 순환을 끊어내고 모든 생명을 위해 화해와 평화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그리스도 본받음의 실천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부름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잠재적 순교자로 불린다.

전쟁으로 폭력이 난무한 시대, '공존'보다 각자도생의 생존만을 위해 이웃의 생명과 삶에 무관심한 극단적 이기주의 시대, 생존을 위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불신의 시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불안의 시대이다.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남이야 어떻게 되던 아무도 믿지 말고 나만의 생존에만 몰두해 있을 때, 그리스도인은 나의 생존을 넘어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을 위해 자기를 내어주는 자의 이름이다.

오는 9일은 총회가 지정한 순교자기념주일이다.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순교자의 고백이 '나의 생존을 넘어 모두의 생명을 향해' 그리스도인으로 부름 받은 오늘 나의 고백이 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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