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자의 음악에세이]시간의 춤 |2006. 11.22
[ 음악에세이 ]   

글 유혜자 그림 장주봉 시간의 춤이라니?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져지지도 않는 시간, 그 시간의 춤이라니. 삶의 매순간을 값지게 보냈거나 그렇지 못했을지라도 폰키엘리(Ponchielli, Amilcare 1834-1886)의 '시간의 춤'이라는 제목은 호기심을 끌 만하다. 처음 이 음악을 들었을 때 과연 제목처럼 모호하기는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무언가 많은 걸 함축한 듯 경묘한 리듬과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자유롭게 춤추며 |2006. 11.08
[ 음악에세이 ]   

로드리고의 기타협주곡 '어느 귀족을 위한 환상곡'을 들을 때마다 환상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 음악이야말로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자유자재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햇살, 따듯한 훈풍 속에서 화초가 만발하고 새가 지저귀는 너른 정원, 날아가던 새 한 마리가 하늘에 걸린 기타 줄을 날개로 툭툭 퉁겨서 맑은 소리를 내는가 하면 떼지어 …

[음악에세이]죽음의 그늘 아래서 |2006. 10.26
[ 음악에세이 ]   

글 유혜자 그림 장주봉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를 케이블TV에서 방영한다고 예고해서 기다렸다. 오래 전에 개봉관에서 봤지만, 모차르트에게 검은 가면의 사나이가 찾아와 진혼곡을 써달라고 한 후 죽음으로 내몰리던 장면이 생생하다. 그때 시한부 삶을 살던 우리 가족이 있었기에, 영화 속 모차르트가 죽음의 그늘에 빠져들던 섬뜩한 분위기가 생각나 다시 보기가 망설여지는 것이었다. 막상 …

[음악에세이]노래하듯이 |2006. 10.11
[ 음악에세이 ]   

유혜자 백합과 백장미로 장식된 예식장은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다. 결혼식의 예물교환 순서로 신랑신부가 마주보고 서자 실내악 팀이 연주를 시작한다. 예전에는 '꽃의 노래'더니 언제서부터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기타 2중주곡(D장조)중 칸타빌레로 바뀌었다. 기타부분을 예식장에서는 피아노가 대신하고 있다. 파가니니의 작품 중엔 고도의 기교가 필요한 것이 많지만, 이 음악만은 쉬워서 학생들 실내악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장대한 오르간 교향곡 |2006. 09.19
[ 음악에세이 ]   

미국의 유타주 남부, 자이언 캐넌(Xion Canyon)에 가는 길에서 만난 산들은 덩굴이나 야생화 한 포기 없이 붉은 살을 푸석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야트막한 산록에 키 작은 떨기나무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돋아난 것을 보고 가다가 작은 터널을 두 개쯤 지났을 때였다. 붉고 연갈색 무늬를 두른 웅장한 바위산이 널따랗게 펼쳐졌다.     갑자기 차 안에 음악이 울려 퍼졌다. D…

시공을 넘어서 |2006. 08.30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너른 잔디밭,뒤편으로 큰 나무들이 그윽하게 서있고 앞쪽에 오색 꽃들이 만발한 정원, 은행가 멘델스존의 아름다운 정원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장남인 19살 준수한 멘델스존(Mendelssohn,Felix 1809~1847)의 지휘로 음악이 연주될 때 새들도 깃을 접었고 꽃잎도 환상적인 소리에 볼이 상기되었다. 연주가 끝나자 숨을 죽이고 경청하던 청중은 마치 달콤한 꿈속에서 깨어난 듯 숨을…

[수필]아름다운 소리 울려와도 |2006. 08.16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방송사에 있었을 때 프랑크(Franck Cesar 1822~1890)의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을 자주 방송했다. 합창과 독창 등 우아한 클래식이 많았지만, 테너 파바로티와 영국의 팝 가수 스팅의 듀엣을 많이 틀었다. 이 노래는 파바로티가 92년에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 모레나에서 열었던 빈혈병 타라세마(Thalassema)퇴치를 위한 자선공연의 실황음반 '파바로티와 친…

[음악에세이] 고개를 넘으면 |2006. 08.01
[ 음악에세이 ]   

유혜자 남자 파트너의 폭넓은 바지에 여성 파트너의 화려한 스커트자락이 휘감길 듯 멋지게 돌아간다. 고통과 땀, 분노의 시간이 밀려나고 희망이 넘치는 듯하다. 새로운 약속과 빛나는 장래도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순수한 기쁨의 순간을 누리는 듯한 슬라브 춤. 드보르자크(Dvorak, Antonin 1841-1904)의 슬라브 무곡을 듣고 있노라면 유랑 생활하던 보헤미안의 고통과 함께 망망한 시간, …

푸른 안개 |2006. 05.25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30년만에 찾아온 안개 낀 동네는 낯이 설다. 산자락을 끼고 높이 외따로 있던 여학교였는데 담장밑까지 들어찬 건물들과 함께 안개에 묻혀 있어서 한참이나 헤맸다. 학교를 중심으로 어림짐작해서 친구네 집이 있던 언덕 쪽으로 올라가니 부동산 중개소,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 간판이 붙어 있는 작은 빌딩, 조금 밑으로 '슬기어린이집'이라는 간판이 드러난다. 이쯤 친구네 집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친구…

위풍당당 |2006. 05.10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엘가(Elgar,Edward 1857-1934)의 행진곡 '위풍당당'을 듣노라면 영국 국회의사당의 시계탑에서 들려오던 빅 벤의 종소리가 생각난다. 저녁 무렵,템즈강 건너편에서 고딕식 건물이 죽 늘어선 국회의사당을 보며 지났는데 남쪽 끝의 빅토리아 탑과 북쪽의 우뚝한 시계탑을 확인하는 동안 종소리가 길게 울려왔다. 시계탑 안에 있는 거대한 종이 표준시에 정확하게 울리는 것인데 여간 반가운 것이…

어떤 약속 |2006. 04.26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글 유혜자 그림 장주봉     슬픔과 절망이 느껴지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진혼곡)'대신 편안한 죽음이 느껴지는 브람스(Brahms, Johannes 1833-1897)의 '독일 레퀴엠'을 듣는다. 일곱 개의 노래로 되어 있는 레퀴엠 중 네 번째 노래 '당신이 계신 곳은 얼마나 좋은가요'는 슬픔을 씻어주고 아름다운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다. 레퀴엠은 죽은 이의 넋을 달래기 위…

영원한 삶을 위하여 |2006. 04.12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글 유혜자 그림 장주봉 "그대는 어떤 목적으로 살고 있는가"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말러(Mahler, Gustav 1860-1911)는 '부활교향곡'의 1악장에서 이런 질문을 하고 5악장에서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부활하리라 내 영혼이여 너는 일순간 다시 부활하리라. ㆍㆍㆍ<중략 designtimesp=3900>ㆍㆍㆍ 그대를 하나님께로 인도하리라.  …

봄의교향곡 |2006. 03.28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글 유혜자 그림 장주봉 시든 이파리를 잘라버린 지 2년이나 지난 양란 화분에서 뜻밖에 세 촉의 싹이 올라왔다. 봄 햇살이 숨죽였던 산과 들에나 새움을 틔우는 줄 알았더니 죽은 화분에서 생명의 싹이 돋아나게 하니 경이롭기만 하다. 무엇이 잠든 혼을 일깨웠기에 피어날 수 있었을까. 낙담했던 일들도 눈물겨운 기쁨으로 바뀔 수 있는 봄이다.     슈만(Schumann, Rober…

떠돌이의 노래 |2006. 03.07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글 유혜자 그림 장주봉 지하철 공사로 교통체증이 심하던 80년대 말, 마포대교를 건너며 퇴근했다. 버스가 다리 위에서 오래 정지해있으면 처음엔 짜증이 났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한강이 눈에 들어왔다. 강물이 안개에 덮여 있을 때면 아련히 뱃고동 소리가 울려올 것 같았고, 맑은 날 서강 쪽에 피어난 짙은 노을은 내게 역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날이 그날처럼 자아를 잊고 사는 무의미한 일상에 노을은…

화려하고 우울한 세레나데 |2006. 02.21
[ 음악에세이 ]   <음악에세이>

유혜자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작품들이었다. 당시는 곡목을 모른 채 그의 현악4중주 1번의 2악장인 '안단테 칸타빌레'와 '백조의 호수' 등을 매일 들었다. 내가 골라들은 것은 아니고 9.28수복 후, 6.25전쟁 때 불타버린 고향에 돌아왔을 때 모차르트의 '소야곡' 슈만의 '꿈' 등과 함께 극장에서 울려나온 것이었다. 그 음악들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우리에게 위안이 되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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