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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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6년 04월 12일(수) 00:00
글 유혜자 그림 장주봉

"그대는 어떤 목적으로 살고 있는가"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말러(Mahler, Gustav 1860-1911)는 '부활교향곡'의 1악장에서 이런 질문을 하고 5악장에서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부활하리라 내 영혼이여
너는 일순간 다시 부활하리라.
ㆍㆍㆍ<중략 designtimesp=3900>ㆍㆍㆍ
그대를 하나님께로 인도하리라.


   
끝 부분에서 부활의 신념을 주는 합창과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커다란 감동을 준다. 말러는 베토벤에 이어서 교향곡과 가곡을 융합한 새 차원을 열었는데 바로 2번 '부활교향곡'부터 성악을 가미했다. 그런데 질문에 해당되는 1악장은 성악이 없이 '죽음의 제전'이라는 표제로 25분이나 되는 긴 곡이다.

"사람은 영원히 살기 위해서 우선 죽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말러는 독일계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 형제들의 죽음을 겪고, 쇼펜하우어의 염세철학에 취해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향을 동경했다. 어려서는 교회합창단원이었으나 유태인 박해와 학살에 갈등을 겪고 카톨릭으로 개종한 그는 니체를 신봉하는 비종교인으로서 오로지 음악으로 삶의 좌절을 극복하고 낭만적 정신을 구현하였으며 예술적 완벽주의를 지향했다.

'부활교향곡'도 비종교적으로 예수의 부활과는 관계가 없이 5악장에서 클롭슈토크(F.G. Klopstok, 1724-1803)의 7절로 된 종교시 '부활'을 사용해서 붙인 이름이다. 명 지휘자 한스 본 뷜로(Hans von Bulow)에게 인정받아 지도를 받았던 말러가 '부활'의 1악장을 작곡해서 들려주었을 때 뷜로는 "지금 내가 들은 게 음악이라면 나는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거겠지"하고 회의적이었다. 스승의 악평에 충격 받은 그는 악보를 서랍에 넣어둔 채 지내다가 휴가 때 2, 3악장을 완성했는데, 3악장은 자라면서 친밀하게 들은 독일 민요를 바탕으로 작곡한 가곡집 '소년의 마술 뿔피리'의 멜로디를 차용하여 빨리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날레 부분은 얼핏 떠오르지가 않아 또 미뤄두었다. 그런데 스승 뷜로의 장례식에서 클롭슈토크의 '부활'합창을 감명 깊게 들으며 1악장 '죽음의 제전'과 대조되는 관념인 '부활'이야말로 이 작품의 마지막 악장이라는 착상을 했다. 이미 써놓았던 3개의 악장에 다시 제 4악장과, 시 '부활'을 바탕으로 쓴 합창인 5악장을 첨가했던 것이다. 결국 이 곡의 완성까지 6년이라는 큰 세월이 걸렸다. 물론 당시의 말러는 바쁜 처지이기도 했지만 여러 곡절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부활교향곡에서 성악은 4악장 전체와 5악장의 3부에서부터 끝까지 나온다. 4악장의 성악은 '근원의 빛'이라는 시로 가사의 뜻도 깊고 선율이 전곡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5악장의 3부부터 나오는 가사는 1절부터 6절까지는 주로 독창과 중창으로 세상의 종말을 알리지만, 7절은 고통과 죽음을 극복한 이에게 영생의 약속이 함께 하는 합창이다. 말러는 마지막 악장의 해방의 어휘를 찾아내기 위해서 성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계 문학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말러의 교향곡이 1번과 5번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어렵고 긴데 이 부활교향곡도 80분이 넘는 대곡이다. 영혼의 숭고한 울림이 있는 교향곡, 말러는 이 곡을 자신의 작품 중 단연 걸작으로 인식했다. 친구에게 "누구나 그의 삶을 통틀어 기껏 한번 혹은 두 번 정도로 이런 위대한 작품을 창조할 수 있을 겁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9번에서,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단테가 신곡에서 그랬듯이"라고 고백한 것처럼.

부활하리라. 내 영혼이여
그대는 한 순간에 부활하리라
ㆍㆍㆍ<중략 designtimesp=3917>ㆍㆍㆍ
그대를 하나님께로 인도하리라.

나는 이 부분을 듣기 위해서 길고 긴 부활교향곡을 자주 듣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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