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 목양칼럼 ]

김명환목사
2023년 05월 24일(수) 09:48
필자는 울산에서 전임 전도사로 새가족을 전담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남편을 먼저 주님 곁으로 보내고 홀로 네 자녀를 양육하는 분이 교회에 등록했다. 그녀는 붕어빵을 팔아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필자도 두 아이의 가장으로서 그 분의 어려움을 조금은 알 수 있었기에 퇴근할 때 들려 붕어빵도 사주고 안부도 물어보곤 했다. 몇 해를 그렇게 맛있는 붕어빵을 먹었는데, 대구로 임지를 옮기게 됐다. 후에 붕어빵집을 도와주던 다른 집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사님, 붕어빵을 팔던 성도님이 재혼을 하게 돼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어 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붕어빵집 성도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눠보니, 남편 될 사람이 필자의 초등학교 친구였다. 그렇게 다시 만남을 갖게 돼 부부는 대구를 방문하면 필자의 교회에 들리곤 한다. 전에 붕어빵집 성도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목사님 설교는 곱씹어 보면 다 맞는 말인데, 듣는 당시에는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어요. 조금만 더 부드럽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필자는 그 말을 기억하고 설교할 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전하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다. 소그룹에서 말씀을 나누기 전 이렇게 권면하곤 한다. "본문을 읽은 뒤 하나님의 마음을 말해보세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실지 분별해 봅시다." 필자도 심방하면 성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려고 열심히 이야기를 경청한다.

며칠 전 대학교회를 시무하는 한 전도사님으로부터 들은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교회의 성도가 "교회에 가면 다투고, 정죄하고, 비교하는 모습만 보게 되니, 계속 다니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저는 모태신앙이지만 이제 교회를 그만 다니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믿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품을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랑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지난 화요일에 다른 교단 목사님과 대화를 하다가 이렇게 물어보았다. "목사님은 페이스 북에 '사랑'을 주제로 매번 설교를 올리시던데, 교우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목사님은 솔직하게 답했다. "예전 교회에서 보니 정말로 사랑을 주제로 하는 설교를 싫어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그래서 지금 교회에선 설교 전 이렇게 구호를 외칩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예배를 마칠 때 온 교우가 함께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를 찬양합니다." 필자가 덧붙여서 물어보았다. "사랑은 하나님의 핵심적인 성품이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첫째 계명인데, 왜 교우들이 불편해 할까요?"

필자는 '내가 저 사람의 처지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어르신들의 힘든 모습을 볼 땐 '나는 20년, 30년 뒤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한다. 혼자 사는 분들을 보면 '내가 혼자 산다면 어떨까', 장례를 인도할 땐 '내가 만약 이런 슬픔을 당했다면 어떤 마음일까', 주례를 할 땐 '내가 만약 자녀를 결혼시킨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항상 주님의 마음으로 성도들의 상황을 느껴보려고 노력하는 데 역시 쉽지는 않다. 좋은 씨앗과 좋은 땅이 만나야 풍성한 열매가 맺히듯이, 설교자와 교인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사랑과 성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 하늘나라는 시작된다.

김명환목사 / 충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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