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집단행동, 자기보존 위한 반응

북의 집단행동, 자기보존 위한 반응

[ 주간논단 ] 북한사람 이해하기(2)

김경숙 박사
2023년 05월 16일(화) 10:00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진화의 과정에서 발달한 우리 뇌의 거울신경 체계의 모방 행동과 감정전염, 그리고 전방위적자기통제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북한사람의 친사회적 행동화 패턴을 분석해보려고 한다.

한마디로 거울신경 체계는 '너를 보고 나는 한다', '네가 느끼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다'라는 원칙을 따른다. 예컨대 거대한 인파 속에서 갑자기 몇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 불안이 전염되어 덜컥 겁이 난다. 그래서 "위험한 일이 생겼어?"라며 상황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무작정 도망가 버린다. 앞선 사람들이 모두 다리에서 뛰어내린다면 아마도 그래야 할 것이다. 당신이 모르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을 테니까 그냥 동참하는 것이 유익하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그렇게 행동하며 진화해왔다. 이와 같은 사회적 감염(카멜레온 효과)을 통해 더 커다란 사회적 행동을 선동하며 집단효과를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우리 뇌의 '전방위적 자기통제'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의 행동은 타인이 우리를 판단하고 평가할지 모른다는 가능성만 존재해도 사회적 가치나 도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전방위적 자기통제는 상황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의 수준을 넘어 누가 자신을 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암시만 제시되어도, 심지어 자신을 관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조차 위력을 발휘한다. 우리 뇌는 우리가 주변에 잘 적응하면 쾌감과 같은 보상을 주고 잘 적응하지 못하면 패닉과 같은 감정을 유발한다. 즉 우리가 사회규범을 어길 때, 사회적으로 거부당할 때면 도파민 분비가 저하되어 바닥을 치며, 신체적 아픔과 상당히 비슷한 아픔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패턴이 반복될수록 이후 대다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농후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전체주의 감시통제처벌기구가 마치 빅브라더의 날카로운 '눈'처럼 사람들을 따라 움직이는 공포 환경은 신경계의 생존적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며 친사회적 행동화와 사회적 집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치환경이다. 따라서 북한사람의 친사회적 행동화는 높은 정신주의적 표현이 아닌 자기보존 차원의 신경생물학적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무소불위의 독재국가 북한은 독재 권력과 감시통제기구를 갖추지 않은 척, 인권을 존중하는 척, 그 누구도 박해하지 않는 척,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척, 아무것도 가장하지 않는 척, 마음대로 가장하고 속임수를 쓴다. 이 체제 속의 사람들은 이 모든 속임수를 믿을 필요는 없지만, 그러나 믿는 척, 혹은 최소한 그것을 말없이 감내하는 척 이중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속임수로 사는 것이 먹고사는 생존의 위험을 피해 가는 자기보존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한 개인의 일상의 삶은 물론 표정과 눈빛, 꾸밈새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비정치적인 것은 없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그들의 감정 표현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적 의미를 띤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도 정치의 언어를 대변한다. 그들의 사회문화적 표현인 복장과 머리 스타일에도 정치적 상징성이 있다. 그들 모두가 노동과 여가 활동, 주거와 음식, 가족생활과 이웃 관계,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체 사적인 영역이 견고하게 정치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이렇듯 시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정치화된다.

한마디로 북한사람들이 살아가는 전체주의 환경은 마치 어린아이가 학대하는 의붓아버지의 손에 잡혀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방안에 갇혀 공포에 질려있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방에 갇힌 아이가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실재하는' 아버지는 무자비한 폭군이다. 한편 구세주 신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만들어진' 아버지는 무한히 자비롭다. 아이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아버지 표상을 지니게 되고, 자기보존 차원에서 분열적인 아버지 표상을 통합해내야 한다. 그래서 어긋남의 표상, 어긋남의 신념을 동시에 지니는 이중사고를 하며 이중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즉 아이는 생존을 위해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척, 충성하는 척, 따르는 척하는 따라쟁이가 된다. 그래서 외부 세계에 비취는 그들은 도덕 정치에 세뇌된 이념 지향적 집합체처럼 보인다. 한편, 아이는 먹고사는 생존을 위해 속이기, 훔치기, 도망가기, 불평하기, 불법의 일상화 등 약자의 비행을 통해 야금야금 아버지의 질서를 침해하며 허문다. 아이의 숨겨진 실체는 이념적 지향성과는 심각하게 거리감이 있는 생존 지향적 저항자다.

결론적으로 북한에는 진심으로 삼부자를 애착하고 숭배하는 주체적 '인민대중'이 존재한 적 없다. 다만 개인적 차원에서 진심으로 숭배하는 이들이 존재했을지는 몰라도 대중적으로 존재한 적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외부 세계에 비치는 북한사람의 친사회적 행동화, 사회적 집단효과는 자기보존을 위한 신경생물학적 반응으로써 공포정치의 붕괴, 즉 폭력이 사라질 때 안개같이 사라지는 허상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경숙 박사/연세의료원 통일보건의료센터 연구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