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기했지만

나는 포기했지만

[ 미션이상무! ] 희망교회에서 만난 사람들

권순원 목사
2023년 03월 22일(수) 08:10
희망교회 내부.
희망교회에서 군종목사로 처음 근무하게 될 때, 한 가지 임무를 받았다. 한 수용자를 꾸준히 만나 상담하는 것이었다. 그는 수용 생활과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다. 가능할 때마다 그를 만나 대화(상담과 병행)를 했다. 대화의 내용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책의 내용(그가 좋아하는 공상 과학 소설), 그리고 수용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기독교는 물론이고 종교와 관련된 내용의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에게 종교가 있지 않았기에 불편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믿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시간이 흘러 희망교회에서의 사역에 끝이 다가올 때(군종목사는 평균 2년마다 부대를 옮긴다), 한 사건이 있었다. 그가 당시 규율 위반으로 징벌방에서 갇혀 계속 힘들어하고 있을 때, 당시 교도소에서 간부로 근무하던 한 희망교회 집사님이 그에게 포켓형식의 성경책을 넣어주며 잠언과 전도서를 읽어보라고 권면했다. 다음 날 그는 자신에게 성경책을 넣어준 그 집사님을 찾았고, 평생 처음 읽어본 잠언과 전도서의 내용이 참으로 놀라웠다고 이야기하며 성경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필자는 놀라운 마음도 있었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가장 컸다. '나는 왜 그에게 성경을 읽어보라고 권면하지 못했을까?'

부끄러운 마음을 갖고 만나게 된 그는 필자에게 잠언과 전도서와 같은 글을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다며 성경에 대한 호기심을 나타내 보였다. 그런 그에게 성경공부를 제안했고, 그는 선뜻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희망교회에서의 사역이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그에게 성경을 소개하고 가르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필자는 성경공부 교재를 가지고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를 가르쳤다. 그에겐 성경공부가 처음이었기에 성경 인물과 이야기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약 한 달 동안 여러 번 만나 성경을 공부했다. 필자가 떠난 이후 그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복음의 역사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경험했고 말씀이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며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히4:12)

우리는 때로 우리의 기준으로 복음의 역사에 한계를 정할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준을 넘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능력을 의지하여 담대히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되길 기대한다.


권순원 목사 / 1공병여단 소령(진)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에 소재한 국군교도소는 법무부 교정본부 소속이 아닌 국군의 유일한 교정시설입니다. 이곳은 교도소의 기능과 구치소의 기능을 함께 하고 있으며, 수용자는 남자 현역 군인으로 1심 판결 후 항소 또는 상고 중인 미결수와 형이 확정된 기결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희망교회(군인교회)가 있어서 수용자 및 교도병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희망교회에서 군종목사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