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사회가 만든 괴물 ... 규제 필요해"

"사이비 종교, 사회가 만든 괴물 ... 규제 필요해"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기자간담회서 후일담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3월 11일(토) 15:24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는 조성현 PD.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한국 차트 1위에 오르며 연일 흥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조성현 PD가 지난 1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년여 동안의 제작기와 후일담을 공개했다.

조성현 PD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 중에도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사이비종교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였고, 언젠가는 해야 할 숙제와 같은 주제였다"면서 "많은 분들에게 사이비 종교에 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사회적으로도 화두를 던지고 싶었는데 이러한 일들이 실제 일어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나는 신이다'는 MBC에서 제작하기로 했지만 내부적인 이유로 기획이 중단됐다가 다시 넷플릭스에 제작지원을 요청해 성사됐다. 그는 "공중파에서 같은 주제로 제작 됐다면 8~10주 만에 만들어내야 했을 것"이라면서 "편성이나 제작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2년 동안 200여 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심층적으로 취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주요 증언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까지 40일 이상이 걸렸다.

얼굴을 공개하고 용기를 낸 인터뷰이들에 대해서는 "비난하거나 조롱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분들의 용기를 존경하고 존중한다"면서 "남편이 피해사실을 몰랐던 경우도 있었고, 협박을 받으면서도 끔찍한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해주셨다. 그분들의 용기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사이비 종교를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는 반드시 규제가 필요하며, 종교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 PD는 "종교의 자유라는 이유로 우리사회가 종교 문제에 지나치게 방관적인 입장"이라면서 "종교의 자유만큼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정 종교인을 색출하고 마녀사장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는 우려했다. 조 PD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종교를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그들은 종교를 선택했을 뿐이고, 사회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비난할 수 없다.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가게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이 다큐를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겠지만 특히 사이비 종교단체의 내부 신도들이 더 많이 보고, 탈퇴하기를 바란다"면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큐를 보고 탈퇴했다는 분들이 많다. 신도들이 다큐를 보고 동요하고 탈퇴를 유도 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게 이 작품의 핵심 목표이기 때문에 보람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불거진 선정성 논란에 대해서는 "이 영상을 보고 성적인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 끔찍하고 추악하다. 오히려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영상이 조작됐다고 방어논리를 구축하며 신도들을 교육해 나가기 때문에 명백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제작의도에 맞는다고 확신하고 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시리즈 중에서 특정 종교만 유독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첫 회부터 역겹고 끔찍한 내용에 다음 편을 볼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는 그는 "보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일단 견디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당부하고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방송 후 종교단체의 보복 행위가 우려돼 어린 두 자녀에 대한 걱정이 크다"면서도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이 이야기를 계속 할 것이고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고 시즌 2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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