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분쟁으로 시리아 아동 정신건강 '위험'

지진과 분쟁으로 시리아 아동 정신건강 '위험'

월드비전, 국내 실향민 10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3월 09일(목) 16:57
대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와 시리아 아동들의 모습. 사진 월드비전 제공.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아동들을 위해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7일 밝혔다. 지진 피해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습. 사진 굿네이버스 제공.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지난 2월 6일 발생한 시리아 대지진과 분쟁으로 인한 시리아 아동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인도적 지원 기관들이 아동들의 정신 건강 지원을 우선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NGO 월드비전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지난달 지진이 발생하기 전부터 시리아 북서부의 대다수 어린이들이 분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대지진의 여파로 아동들과 가족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인도주의조정국(UNOCHA) 등에 따르면 약 1750만 명의 주민들이 지진 피해를 입었으며, 그 중 910만 명이 아동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진을 겪은 아동들은 불안감과 우울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월드비전이 시리아 북서부에 있는 32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구의 94%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고, 51%는 집이 파괴되었으며, 82%는 임시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42%가 지역의 교육 시설이 손상되었다고 답했으며 이 중 84%는 지진이 자녀의 교육 서비스 접근에 영향을 미쳐 아동 착취, 아동 노동, 조혼 및 기타 아동이 직면하게 될 위험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월드비전이 지난해에 실시한 연구에서는 응답 아동들의 66%가 생활 환경 전반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 시도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됐다. 2021년 시리아 이들립 지역에서 분쟁이 고조되던 시기에 수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해당 지역의 18세 미만 실향민의 10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월드비전의 정신건강전문가 피오나 코이에트(Phiona Koyiet)는 "어린 시절, 지속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자살 충동, 공격적인 행동,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어려움 등 다양한 행동적,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대지진과 같은 사건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시리아의 아동들은 스트레스 관련 정신 장애와 인지 장애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상황에 장기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아동들을 위해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굿네이버스는 지진 트라우마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위해 지난 2월 25일부터 안타키아 지역을 시작으로 이재민들이 정착한 텐트촌과 공원 등에 아동친화공간(CFS, Child Friendly Space)을 조성하여 심리사회적지원(PSS, Psychosocial Suppor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안타키아와 아다나 지역에 2개의 아동친화공간을 구축해 운영하며, 150명의 아동들에게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다른 지진 피해 지역 아동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기 위해 교사 매뉴얼을 번역하여 배포하는 한편, 현지 봉사자와 NGO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아다나 지역에서는 현지 파트너십과 협력하여 병원과 학교에서도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튀르키예 현지 교사는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작은 진동에도 불안함을 느껴 매우 안타깝다"면서 "아이들이 하루빨리 불안, 우울 등 지진 트라우마로부터 회복될 수 있도록 굿네이버스 심리사회적지원 프로그램을 수업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굿네이버스는 국내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인이 포함된 긴급구호대응단을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에 파견해 ▲쉘터 지원 ▲구호물품 지원 ▲아동보호 지원 ▲복구 지원 등의 긴급구호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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