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의 이방인

교회 안의 이방인

[ 주간논단 ]

윤효심 목사
2023년 02월 15일(수) 10:00
'다보스포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전 세계의 유명 정치인, 경제인, 학자들이 모여 세계적 현안을 논의할 때 '다중위기'라는 표현이 핵심용어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 즉 코로나19 촉발로 인한 보건 위기, 기후 위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말일 것이다. 올해는 정초부터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다중적 위기로 인해 위험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세계지도자들의 우울한 전망이 감돌고 있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 요인 때문에 두려움과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곤 한다. 이렇게 우리는 걱정과 불안을 늘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마태복음 6장에 의하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는 염려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구하면 안되는 것일까?

덴마크의 철학자 쇠얀 키에르케고어는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염려를 기독교적인 사유로 탁월하게 풀어내었다. 그의 저서 중에 '이방인의 염려'라는 책은 삶의 걱정과 불안을 주제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독교 세계 밖에 있는 이방인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기독교 세계 안에 있는 이방인, 즉 교회 안의 이방인에 대해 말한다. 당시 덴마크가 기독교 국가였기 때문에 대부분이 그리스도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교회 안에도 그리스도인처럼 보이는 이방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첫 번째 강화인 "가난의 염려"에서 그리스도인과 이방인을 대조시킨다. 두 존재의 가장 큰 차이는 불안과 염려로부터의 구원 여부에 달려있다. 이방인은 날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며 자신의 불안한 삶을 안전한 토대 위에 두고자 발버둥치는 사람이다. 그는 재물, 권력, 명예, 지위, 관계 등을 불안의 해결책으로 삼기에 그것에 이끌려 다니며 노예처럼 살아간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이러한 불안과 염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이방인과 달리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하나님 앞에서 참다운 자신의 존재를 깨달아 믿음으로 전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마태복음 6장의 주기도문은 삶에 만연해있는 불안과 절망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잘 가르쳐준다. 여기서 그리스도인은 내일의 양식을 구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의 양식을 구할 뿐이다. 내일은 다시 오늘이 될 것이기에 내일을 염려하지 않는다. 오늘 일용할 양식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모든 염려와 불안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 복된 사람이다.

이제 계절의 섭리에 따라 대지가 움트는 봄을 준비하는 2월이다. 그동안 걱정과 불안으로 꽁꽁 얼어붙은 우리의 믿음과 삶의 자리도 다시 움트기를 준비할 때인 듯하다. 세상을 향해 믿음으로 힘차게 움트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를 살펴 시험해보고 믿음 안에 있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과연 우리는 그리스도인인가 이방인인가? 혹시 하나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 모두에게 믿음의 진보가 있는 2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윤효심 목사/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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