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면 풍성해진다

소통하면 풍성해진다

[ 목양칼럼 ]

최송규 목사
2023년 02월 17일(금) 11:25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다. 소통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 반대는 동굴 속에 갇혀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 불통이 된다.

지난해 여름이었다. 서울에서 큰형님 내외가 거제도에 가기 위해 부산역에 오셨다. 안부전화를 하신 형님께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냐고 물으니, 형님은 "알아서 잘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워낙 여행을 잘 다니는 분들이라 믿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2시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거제역에 도착하신 큰형님이 일행을 찾지 못하고 계셨다. 일행들도 거제역에서 큰형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서로가 거제역에서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거제도를 가려면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형님은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거제역에 갔다. 경남 거제시가 아니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거제역을 간 것이다. 큰형님은 부산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까지 했지만 자신이 혼자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우리도 그럴 때가 종종 있다. 자신의 생각이 모두 맞다고 생각한다. 목회를 하다 보면, '목사의 생각이 다 맞다'고 여기기도 한다. '목사는 목회 전문가이기 때문에 목사가 결정하는 대로 교인들은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서운 생각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성도에게 믿고 맡기면 목사보다 훨씬 더 잘할 텐데, 목사는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목회자가 자신의 생각으로만 일을 진행하면, 그 일은 목사의 수준이 한계다. 혼자 하려고 하면 힘들고 능률도 떨어진다. 그러나 교인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진행하면 일이 풍성해진다. 필자도 예전엔 혼자 노력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부지런히 동역을 요청한다. 결과가 이전보다 나을 때가 훨씬 많다.

올해부터는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교회 내 조직을 변경했다. 4개 목장을 조직하고 시무장로 네 분과 동역하기로 했다. 4개 목장은 장로를 중심으로 목장별 예배, 선교, 친교, 사역 등을 진행한다. 목장 안엔 3개의 셀이 있고, 셀 안에 가정들이 있다. 셀원들은 셀리더와 소통하고, 셀리더는 목장장과 소통한다. 목회자는 목장장들과 큰 틀에서만 이야기한다.

필자는 교회 내에서 소통이 잘 될수록, 동역이 잘 된다고 믿는다. 교인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목양도 잘 된다. 신뢰가 형성되고 목회가 편안하다. 무엇보다 목회자가 피곤하지 않다. 이번 조직 변경도 소통 중에 나온 방안이다. 소통의 결과물이다.

최근엔 교회 1층에 조그만 카페도 만들었다. 이 작은 공간은 성도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됐다. 간식도 비치해 누구나 와서 편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언제든 가면 교인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목회는 교인들과의 소통으로 이뤄진다. 목회 계획도 의견을 묻고 대화를 나누면서 세워가야 한다. 목표가 정해지면 하나님과 끝없는 기도로 소통하고 말씀으로 하나님의 뜻을 묻고 교인들과 소통하며 이뤄가야 한다. 이렇게 목회를 계획하면 목양이 풍성해진다. 일이 즐겁다. 성도들과의 신뢰도 더 쌓인다. 결국은 그게 목회의 즐거움이다.

최송규 목사 / 예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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