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제사장 나라'의 사명

잊혀진 '제사장 나라'의 사명

[ 통으로읽는성경 ] 5. '통(通) 왕정 500년' 이야기

조병호 목사
2023년 02월 10일(금) 13:53
다윗 왕을 향한 나단 선지자의 힐책을 표현한 유진 시베르트의 작품.
'통(通) 7트랙'의 두 번째 트랙인 '왕정 500년'은 '제사장 나라를 두고 왕과 선지자들이 대립하고 협력하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기반으로 '왕정 500년'을 10분 안에 이야기할 수 있도록 소개해 본다. '왕정 500년'은 사울 왕에서부터 시드기야 왕까지 약 500년 동안 왕들이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시대의 기록이자, 동시에 그 시대에 활동했던 선지자들의 기록이다. '왕정 500년'의 성경 기록은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잠언, 아가, 전도서, 욥기, 시편, 아모스, 호세아, 요나, 이사야, 미가, 스바냐, 하박국, 나훔, 요엘, 예레미야, 예레미야애가, 오바댜, 역대상·하'를 말한다.

모세가 광야 40년 동안 율법을 교육해 '만나 세대'를 길러냈다면, 사무엘은 전국을 순회하며 율법을 교육해 '미스바 세대'를 길러내 제사장 나라를 꽃피웠다. 사무엘 시대의 특징은 첫째로 왕이 없었고, 둘째 국내에 내분이 없었고, 셋째 외적의 침입이 없었다. 그런데 사무엘이 늙자 이스라엘 백성은 제사장 나라의 하나님 통치를 거부하고, 다른 나라들처럼 왕의 통치를 요구한다. 하나님은 사무엘을 통해 '왕정 제도'는 '백성들이 왕의 종이 되는 제도'라고 경고했지만, 결국 사울 왕의 즉위와 사무엘의 고별사를 기점으로 왕정 시대가 시작된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은 처음에는 겸손했지만, 차츰 권력을 사유화하며 제사장 나라에서 멀어져 갔다. 사울과 사무엘의 갈등은 '왕정 500년' 동안 왕과 선지자 대립의 시작이 된다.

다윗은 세 번의 기름 부음을 받고 통일 왕국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 된다. 다윗은 열두 지파를 하나로 묶어내며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옮긴 후 하나님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온다. 다윗은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하나님의 종으로 정의하며 이스라엘 백성을 주의 백성으로 섬겼다. 나라가 평안해지자 다윗은 신명기 말씀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성막 500년'을 끝내고 '움직이지 않는 예루살렘 성전 1000년' 시대를 열어갈 성전 건축을 소망한다. 다윗의 소망에 대해 하나님은 "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보전되고 네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는 놀라운 약속을 주신다. 다윗은 성전 건축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며 제사장 나라 충성도를 높이고, 다윗의 길을 만든다. 다윗도 인간이기에 허물이 없을 수는 없었다. 다윗이 제사장 나라 법을 어기자 나단 선지자가 하나님의 뜻과 경고의 말씀을 가지고 왕과 대립한다. 그러자 다윗은 죄로 인해 하나님에게서 멀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나아가 회개함으로 용서의 은총을 받았다. 하나님의 종 다윗은 시편으로 늘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의 율례와 계명과 법도가 입술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되기를 소망했다. 성전 건축을 위한 다윗의 모든 준비 기반 위에 그의 아들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 마침내 성전을 건축해 하나님께 봉헌 한다.

솔로몬은 하나님께서 주신 놀라운 지혜로 이스라엘을 부강한 나라로 만든다. 솔로몬의 지혜는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한 후 드린 모든 민족을 위한 '성전 낙성식 기도'를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솔로몬의 성전 낙성식 기도는 레위기 26장에 근거한 성경을 통한 기도로, 이후 다니엘이 바벨론에서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창문을 열고 기도한 이유가 된다. 한편 솔로몬이 통치 후반기에 하나님을 사랑했던 마음을 잃어버리면서 제사장 나라 충성도는 낮아지고 제국에 대한 모방은 높아졌으며, 이는 르호보암 때 이스라엘이 남과 북으로 나뉘는 계기가 된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 때에 이스라엘은 나라가 둘로 나뉘는데, 12지파 가운데 10지파가 '북이스라엘'을 세우고 남은 두 지파인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는 '남유다'가 된다. 이스라엘은 한 민족 두 국가로 분열되어 200여 년을 보낸다. 200여 년 동안 북이스라엘은 19명의 왕이 통치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다윗의 길'이 아닌 '여로보암의 길'로 나아갔다. 이때 엘리야 선지자는 북이스라엘이 바알과 아세라 우상으로 가득하자 3년 가뭄과 갈멜산 대결로 아합 왕과 대립하면서 제사장 나라 길로 유턴을 시도했다. 하나님은 계속해서 엘리사, 아모스, 호세아 선지자를 보내셔서 레위기 26장에 기록된 경고와 설득의 메시지를 전하셨다. 그리고 앗수르의 큰 성읍 니느웨에는 요나 선지자를 보내 모든 민족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셨다. 요나의 3일 기적 이야기는 이후 예수님의 부활을 예고한다. 선지자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북이스라엘은 끝내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저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결국, 북이스라엘은 기원전 8세기에 앗수르 제국에 멸망해 혼혈족 사마리아인이 된다.

북이스라엘이 앗수르 제국에 멸망한 후, 남유다는 150여 년 동안 나라를 더 유지한다. 기원전 8세기 이사야 선지자는 남유다의 아하스 왕에게 제국과 동맹하지 말고 하나님의 세계 경영을 의지하라고 권고하며 대립했다. 하나님은 남유다에 이사야 선지자뿐 아니라 미가 등 여러 선지자들을 계속해서 보내 그들이 자신과 맺은 언약을 지키고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감당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남유다 또한 끝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결국 남유다도 멸망이 선포되면서 스바냐, 하박국, 나훔, 요엘 선지자가 500년 왕정 평가를 포괄적으로 선언한다. 이때 예레미야 선지자는 제사장 나라 징계 3단계인 바벨론 포로 70년의 네 가지 의미, 징계, 교육, 안식, 제국 수명을 말하며 새 언약을 예고한다. 한편 새 언약은 600여 년 후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세운 십자가로 완성된다. 그리고 예레미야 선지자는 남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에게 바벨론 제국에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항복하고 포로로 끌려가 나무 멍에를 메라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며 대립했다. 오바댜 선지자는 이스라엘이 고통당하는 날, 형제의 환난을 슬퍼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거워하고 바벨론을 도운 에돔족의 심판을 선언한다. 하나님은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는 남유다 백성에게 '열왕기상·하'를 선물로 주셨다면, 바벨론 포로 징계를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재건세대에게는 하나님의 미래 선물 '역대상·하'를 주셨다.

조병호 목사 / 성경통독원 대표·하이기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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