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창고가 아닌 보물 창고

얼음 창고가 아닌 보물 창고

[ 가정예배 ] 2023년 2월 13일 드리는 가정예배

김응신 목사
2023년 02월 13일(월) 00:10

김응신 목사

▶본문 : 잠언 24장 11절

▶찬송 : 500장



미국 전체 면적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알래스카는 원래 러시아의 영토였다. 1867년 당시 크림 전쟁으로 인해 재정에 어려움을 겪던 러시아로부터 미국 행정부에서 720만 달러를 주고 사들였는데, 아무 쓸모없는 얼음 땅을 미 의회의 동의 없이 사들였다는 이유로 당시 이를 추진했던 윌리엄 슈워드 국무장관이 의회에 소환되어 강하게 책임을 추궁당했다. 이를 승인한 앤드류 존슨 대통령까지 의회에 나가 고개 숙여 사과를 했지만, 알래스카가 '슈워드의 얼음 창고'라는 놀림 섞인 비난과 함께 결국 슈워드는 국무장관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후 의회 조사단이 직접 가서 알래스카를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알래스카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얼음만 가득한 쓸모없는 땅인 줄만 알았던 곳에 황금과 백금이 가득하고 풍요한 어장과 산림이 우거져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결국 의회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의회에서 있었던 당신의 사과를 돌려 드립니다. 알래스카는 얼음 창고가 아니라 보물 창고였다." 영어 숙어 중에는 'seward's folly'라는 표현이 있다, '슈워드의 어리석음' 정도로 직역되는 이 표현은 지금 당장은 인정받지 못하고 알아주지 않는 결정이라 할지라도 훗날 거시적 안목으로 그 가치가 재평가된다는 의미이다.

개인의 인생이든 가정의 삶이든, 혹은 직장이나 혹은 그밖에 속해 있는 여러 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크고 작은 결정들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끊임없이 선택을 하고 결단을 한다. 하지만 거기에 따른 책임도 스스로가 감당해 내야만 하는 것이기에 그 책임의 무게가 너무 크게 다가오는 경우에는 아예 결정 자체를 포기하는 심리적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체념 증후군'이라고 한다. 특히 오늘날 현대인들이 갈수록 많이 앓고 있다고 알려진 증후군 중 하나로, 선택이나 결정 상황 앞에서 체념과 포기를 통해 일시적으로는 그 책임의 무게로부터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조금씩 자신의 자아를 잃어가고 죽어가는 그런 증후군을 의미한다.

최근 교회들이 세상으로부터 아무 쓸모없는 '얼음 창고' 취급을 당하며 비난을 받고 조롱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받은 복음을 가지고 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하여 지혜롭게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계속 걸음을 옮겨내어야만 할 것이다. 우리가 복음의 능력으로 온전하게 무장된 주님의 참된 제자들로 채워진 공동체임을 드러낼 수 있을 때, 그리하여 아파하고 신음하는 세상 속에서 진정으로 회복과 소망의 답을 제시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복음의 매장량을 나타낼 수 있을 때, 반복되는 좌절과 포기로 인하여 수많은 영적 체념 증후군에 빠져 살아가는 세상의 영혼들을 살려낼 수 있는 치료제가 될 것이며, 교회는 얼음 창고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장 소중한 가치들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보물 창고'로서의 시대적 사명을 다시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의기도

우리 시대가 처한 수많은 한계 상황 앞에서도, 무한한 복음의 능력을 드러내는 보물창고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응신 목사/산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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