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팔아주시는 마음!

감자 팔아주시는 마음!

[ 목양칼럼 ]

이도형 목사
2023년 02월 08일(수) 15:55
"목사님! 장사 잘 하시네요" 자신은 농산물을 잘 팔지 못한다며 대신 팔아 주길 부탁하는 분들이 간혹 하는 말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면 필자는 정색을 하며 한소리를 한다. "제가 장사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들이 장사를 당하는(?) 겁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이유가 있다. 농산물을 사달라고 지인들에게 요청하면, 팔아주는 분 대부분은 농산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농촌교회를 돕는 마음으로 구매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교회 주보에는 농산물 판매 사역 결과를 게시한다. 몇 해 전 한 농가에서 초가을에 캐야 할 감자를 일손 부족으로 방치해 뒀다가 계약이 취소돼 팔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필자가 오지랖 넓게 나섰다. 그 해는 3월 초부터 농산물 판매 사역으로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분들께 사랑의 빚을 진 해로 기억한다.

"미안해 하지 마시고요. 농작물 종종 올려주세요.", "감자 값 입금도 안했는데 감자를 받아서 놀랐습니다. 지금 남편 이름으로 입급합니다. 목사님 덕분으로 양구 감자 먹게 되어 감사합니다."

감자를 구매하며 시골 교회 목사를 격려해 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가 큰 힘이 된다.

농산물을 사주길 요청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현대는 사랑을 주기도 참 어려운 시대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어느 분은 지난해 여름 옥수수를 자비로 구입해 지인분께 선물했다가 핀잔을 들었단다.

"식구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 많이 보내시면 어떻게 하냐"며 야단(?) 아닌 야단을 맞았다며, 박스도 소량으로 판매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장사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농산물 장사를 본의 아니게 하게 되면서 주문하는 교인들의 귀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할 때가 많다.

몇몇 분들은 필자의 글을 접하고 감자를 몇 박스씩 대신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구매시 별다른 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보내는 농가와 필자의 입장을 헤아리며 '현지의 농산품을 먹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시는 분들이 많다.

한 사회나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선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보이지 않는 그늘진 곳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여러 조력자들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감자 판매 사역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한국교회의 저력은 드러난 목회자나 교회 중직자들보다 이름 없이 빛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자기 할 일을 해 나가는 수많은 선한 분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도형 목사 / 국토정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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