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재단에 바란다

연금재단에 바란다

[ 주간논단 ]

이준연 목사
2022년 12월 20일(화) 08:21
얼마 전 총회 연금재단은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하여 이전 감사예배를 드렸다. 총회장은 이 자리에서 설교 말씀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특별히 당부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불신의 일들이 늘상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어진 보고에서 재단 관계자는 이번 사무실 이전에 대해 향후 13여년 후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1조원 시대를 대비한 시스템과 전문인력 충원에 따른 충분한 공간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또한 이전 경위와 추진 현황 설명을 통해 6개월 동안의 연구기간을 거쳐, 작년 10월 이사회에서 사무실 이전을 결정했음도 알렸다 한다.

연금재단은 1989년 재단법인으로 설립되어 작년 말 기준 총 자산 5900여 억원 정도로 성장했고, 가입자는 총 1만 7천여 명으로 알려졌다. 여느 다른 교단이 따라올 수 없는 명성은 소속 목회자들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동안 연금재단은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그 규모와는 반하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었다. 회복을 위한 여러 몸부림들이 있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감시, 견제 역할을 하는 연금가입자회가 더욱 활성화되어 활동하였고, 정기적 특별 회계감사 등 나름대로의 안간힘을 쓰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매년 말 발표되는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였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뒤이어 순위에 오른 2, 4위 사자성어들 역시 잘못, '과(過)'와 연관된 성어들이었다. 지도층 인사들의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과, 잘못을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모습들이 지식인들에게는 가장 큰 사회, 국가적 문제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잘못을 고치지 않는 이러한 문제는 우리 교계도 마찬가지였다. 특정 교회나 목회자들의 문제는 차치하여 두고, 우리 전체 목회자들과 직접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과 관련하여서는 총회 연금재단이 가장 두드러졌었다. 여러 사건들로 인해 과거 임,직원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불명예스러운 이력을 가지게 되었고, 결과는 손실금 증대 등 재단의 많은 재정적 피해로 이어졌다. 심지어는 재발 방지를 위해 특별히 임명한 특별감사위원까지 부끄러운 일에 합세하는 일 까지 벌어지기도 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연금지급액 삭감 조정, 중도해지 불가 등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들의 몫이었다.

어떤 일에 대해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서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신중하게 숙고의 시간을 두고 결정해서 추진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보면서 가입자들에게 드는 한결같은 마음은, 지출되는 모든 비용들이 가입자들이 그동안의 일들로 인해 낙심될 수도 있는 마음들을 추스려가며 매달 납부하는 소중한 적립금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알뜰하게 살림살이를 꾸려갔으면 하는 바램일 것이다.

이번에 새 사무실에 둥지를 튼 연금재단이,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모습'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렇잖아도 코로나 등으로 지쳐있고 힘들게 목회를 이어가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연금재단이 또 다시 '잘못된 일'로 불안과 염려를 끼쳐, 사기를 더 떨어뜨려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이준연 목사 / 고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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