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목회자 은퇴 보수는 얼마일까?

적정한 목회자 은퇴 보수는 얼마일까?

기윤실, 한국교회 신뢰회복 프로젝트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 발표회 개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1월 27일(일) 22:29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11월 25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신뢰회복 프로젝트 발표회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를 개최하고, 목회자 은퇴시점에서 발생되는 부정적 사례를 통해 교회 내 은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례1 목사편 교회를 위해 평생 헌신했다. 집 한 칸 없이 살았고, 하나 마련했던 것도 교회를 건축할 때 과감하게 내놓았다. 노후에 대한 걱정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걱정 자체가 불신앙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교회를 위해서 얼마나 헌신했는지는 누구보다 우리 교회가 안다. 특히 장로들은 바로 옆에서 나의 헌신을 보았다. 적어도 그들은 나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은퇴가 다가오니 그들이 달라졌다. 돈 문제가 나오니 차가워졌다. 이제 내 노후를 저들에게 맡길 수가 없다. 장로들 앞에서, 성도들 앞에서 내 몫을 달라고, 구체적으로 얼마를 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잘 생각해 보면 내가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 자체에 분노가 인다. 내 덕에 은혜받고, 구원받아서, 믿음의 일가를 이룬 장로들인데, 영적 아비인 내가 은퇴하는데 알아서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례2 성도편 그는 목자로서 헌신했고, 그 헌신에 감동이 되어 이 교회에 평생을 헌신했다. 그런데 그 목자가 자기 몫을 내놓으라고 목청을 올리고 있다. 내가 수십 년 직장생활을 하고, 사업한다고 아등바등해서 모은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 문제로 교회는 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기 분깃은 온전히 챙겨야겠다고 한다. 내가 알던 그 목사가 맞을까 하는 의심도 들고, 신앙에 대한 회의도 일어난다. 우리 부모가, 우리 형제가, 내 자녀가 그 목사에게서 세례받고, 기도 가운데 결혼하고, 자녀를 보고, 장례까지 치렀는데, 그 목사님 덕에 이렇게 신앙의 대를 잇게 되었는데, 그가 돈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눈으로 보게 되었다.

은퇴를 앞둔 목회자들이 교회를 떠날 때 받을 수 있는 '적정한 목회자 은퇴 보수'는 얼마일까?

한국교회가 목회자 은퇴에 대한 공교회적 합의나 적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교회 갈등과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11월 25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신뢰회복 프로젝트 발표회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를 개최하고, 목회자 은퇴시점에서 발생되는 부정적 사례를 통해 교회 내 은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목회자 은퇴 연구의 필요성:불안한 현실과 공교회적 대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한 김상덕 목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는 목회자 은퇴가 가져올 결과를 △적정한 은퇴 보수, 목회자와 교회 모두 만족함 △부족하지만 은퇴 보수를 제공, 교회 갈등은 없음 △부족한 은퇴 보수, 교회 갈등의 원인 △은퇴 보수 못 줌, 이임 목사에게 권리금처럼 요구하여 받음 △은퇴 보수 못 줌, 목회를 접고 교회를 파산 등 5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김 목사는 "(부족한 은퇴 보수, 교회 갈등의 원인인 사례)한국교회 절반이 미자립(자립대상)교회에 해당하고 교인수 100명 이하의 교회가 60%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다수의 교회들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목회자 은퇴를 기점으로 갈등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면서 "목회자 은퇴로 인한 교회 갈등의 문제는 소수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다수에서 발생하는 사안"이라고 피력했다. 또 "(이임 목사에게 권리금처럼 요구하여 받는 사례) 담임목사직을 사고파는 것은 신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면서 "목회자 자질이나 소명이 훌륭해도 '권리금'을 가져오지 못하면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김 목사는 "목회자마다 처한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목회자는 은퇴 보수가 부족해도 대안이 있을 수 있는 반면 다른 목회자는 적정한 은퇴보수가 꼭 필요한 상황일 수 있는데 현재로선 목회자 은퇴를 개인의 책임으로 과중하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교회가 사전에 목회자 은퇴 보수에 대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며, 공교회적으로 목회자 은퇴 후 주거문제와 최저생활보장제 등 목회자 은퇴 준비를 위한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조성돈 목사(실천신대 목회사회학, 기윤실 공동대표)는 목회자의 은퇴가 이 시대에 한국교회의 '뇌관'이 되었다고 했다. 조 목사 "어떤 제도가 없다 보니 영광스러운 은퇴의 자리가 돈 싸움이 되고 끝내는 교회가 분열하여 무너진다"면서 "한국교회는 목회자의 은퇴 문제로 어떤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퇴 목사 1명, 은퇴를 앞둔 목사 3명, 70대 은퇴 장로와 40대 직장 여성 등 6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목회자 은퇴시 발생하는 편법(불법)사례를 소개했다.

조 목사는 "작은 교회의 경우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후임이 은퇴하는 목사에게 전별금을 챙겨주는 것"이라면서 "요즘은 개척교회보다 기존교회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며, 이럴 경우 개척 자금이 그 교회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전환되는데, 대부분 은퇴하는 목사의 전별금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또 교회를 합병하고 원로목사 대우를 조건으로 하거나 교회 매매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퇴직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목사의 은퇴는 목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회가 분열되고 교인들이 상처받고 떠나기도 했다. 70대 은퇴장로는 "총회가 은퇴에 대한 매뉴얼이나 규칙을 제시해 주었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교회가 준비했을 텐데 성도들 입장에서는 목회자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면서 결국 목회자 퇴직금과 관련 혼란에 빠졌고 다툼이 시작됐다. 당시 장로들과 20%정도의 교인이 떠났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교단에서 정해 놓은 규칙이나 매뉴얼이 없다"는 조 목사는 "은퇴에 대한 규칙이나 매뉴얼이 필요하다"면서 "교회마다 은퇴하는 목사와 교회가 절충을 해 정리하고 있는 데 쉽지 않다. 교회마다 가진 여건이 다르고 목사도 그 교회에서 하는 연수와 기여도 등 여러가지 변수가 많지만 기본적인 규칙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논의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또 △은퇴관련 중재위원회 구성 △노회 제도 개선 △은퇴 후 수입 교육 △교회 목사 장로 등 은퇴에 대한 교육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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