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생으로 예정되었는지 어떻게 아는가."

"내가 영생으로 예정되었는지 어떻게 아는가."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34. 은총의 예정론(4) - 우리를 향한 신령한 복으로서의 그리스도 안에서의 예정

김도훈 교수
2022년 11월 24일(목) 06:25
예정론은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이론이다. 인간의 구원은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인간의 구원에 기여한 바가 없으며, 기여할 수도 없다. 역으로 말하면, 인간은 인간의 구원에 있어서 철저히 무능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주권적 은총,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교리가 바로 예정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본대로 예정론에 대한 질문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답 역시도 그리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여기서는 이런 질문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혹시 내가 그리스도를 진심으로 믿는다고 해도 멸망으로 예정되어 있을 수 있는가? 내가 생명으로 예정되어 있는지 어찌 아는가? 그래서 예정론은 무섭고 두려운 교리가 아닌가? 이를 다루기 전에 먼저 확실히 해 둘 것이 있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하나님의 최우선적인 의도와 계획이 멸망과 저주에 있지 않다는 것을, 성경의 하나님은 끊임없이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우선 주권이라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권이라는 말은 타자에 예속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결정권, 통치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주권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결정권과 통치권을 의미한다. 인간의 결정과 행동에 예속되어 있거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의 주권을 마치 마음대로 결정하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마음대로 처리하는 폭군의 권력과 같은 의미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하나님은 선하시고 자비하신 사랑의 본성에 어긋나게 행동하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하나님의 주권은 하나님의 자유로운 사랑의 주권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주권적 행위인 하나님의 예정은 하나님의 본성인 사랑에 근거한, 은혜를 베푸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은혜의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예정론은 무섭고 두려운 이론, 내가 구원받았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이론이 아니라 "복음의 총합", "기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도움이 되는 소식", 바로 "복음"(바르트)이다.

왜 그러한가? 왜 하나님의 선택은 복음인가? 간단하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선택은 하나님의 절대적 사랑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십자가다. 우리를 향한 위대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표현,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예정은 그리스도를 비켜 가지 않는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예정이다. 그래서 개혁교회의 교리문서들인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제 2 스위스 신앙고백서, 그리고 장로교 12신조는 한결같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예정을 말하고 있다. 제 2스위스 신앙고백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어떠한 공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은 우리를 택하시되 직접 택하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와 그리스도의 연고로 택하셨다 … 그러나 그리스도 밖에 있는 사람들은 거절되었다."

그렇다면 성경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예정에 대해 잘 이야기하고 있는 에베소서의 말씀을 깊이 묵상해보자. 구절구절마다 반복하여 그리스도를 통한 예정을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셨고", "우리를 예정하사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다. 그 예정의 목적은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다. 철저히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나는 은혜의 선택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예정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지는 놀라운 은혜의 사건이다. 예정론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에 앞서 '에베소서'의 기자는 "찬송하리로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예정은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으로 우리에게 주시는 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는 예정되어 있는지 아닌지 고민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선택하셔서 하나님의 자녀와 기업이 되게 하신 은혜에 감사와 찬양을 드려야 할 것이다. 장로교신조인 12 신조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그리스도를 믿고 복종하는 자는 구원을 얻는다. 저희가 받은 바 특별한 유익은 의가 있게 하심과 양자가 되어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심과 성령의 감화로 거룩하게 하심과 영원한 영광이니 믿는 자는 이 세상에서도 구원 얻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고 기뻐할 것이다." 제2 스위스 신앙고백도 다음과 같이 권한다. "만약 너희가 믿고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너희는 택함을 받은 것이다. 이것을 의심 없이 믿어야 한다. 성부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예정의 영원한 목적을 나타내셨기 때문이다 … 그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예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리스도와 교제를 갖는다면 생명록에 우리의 이름이 기록된, 분명하고도 확실한 증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참 믿음 안에서 그는 우리의 것이 되고 우리는 그의 것이 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신 은혜의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soli deo gloria!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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