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유기, 하나님의 창세 전의 결정- 전통적 예정론 이해

선택과 유기, 하나님의 창세 전의 결정- 전통적 예정론 이해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32. 은총의 예정론(2)

김도훈 교수
2022년 11월 10일(목) 04:56
그렇다면 예정이란 무엇인가? 전통적인 견해를 우선 소개하고자 한다. 학자들이나 교파나 교리문서에 따라 다양한 견해를 보이긴 하나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전통적 견해는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인간의 일부는 영생으로, 또 다른 일부는 영원한 멸망으로 미리 정해놓으셨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통 선택과 유기(遺棄)의 이중 예정이라 부른다. 이러한 이중 예정을 신학적으로 체계화하여 기독교의 중요교리로 만든 인물은 고대 교부인 아우구스티누스다. 그래서 그를 "예정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첫 번째 사람", 그리고 "뒤이어 나타나는 모든 예정론의 사상적 건물의 기초를 놓은 서구 신학의 선생"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G. Kraus). 그런데 그가 처음부터 엄격한 예정론을 발전시킨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는 숙명론을 가진 마니교에 대항하여, 인간의 자유 의지를 긍정했다. 인간에게는 선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가 있다고 보았다. "은총은 자유 의지를 폐기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명제를 남긴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의 초기 예정론에 있어서 자유 의지는 예정의 무조건적 전제였다. 즉 자유로운 의지가 없다면 공적이 있을 수 없고, 공적이 없다면 예정도 없다는 생각이었다(G. Kraus).

아우구스티누스가 예정론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 것은 바울, 특히 로마서 9장을 깊이 연구한 후였다. 하나님의 예정은 철저히 인간의 공적과 상관없는 하나님의 결정이며 하나님의 은총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인간의 의지와 결단을 완전히 부정하고 오로지 하나님의 순수한 결단을 통한 예정을 주장하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하나님의 예정은 인간의 자유 의지나 신앙이나 공적과는 아무 상관 없이 오로지 하나님의 작정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예정은 하나님의 은총의 절대성과 인간의 철저한 무능을 의미하였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은총은 불가항력적이며 결코 무효화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예정의 절대성, 무조건성은 결국 예정의 수적 제한을 주장하는데 이르게 되었다. 인간의 일부만, 즉 제한된 숫자만 저주에서 구원받도록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예정된 수는 줄어들거나 확대되지 않는다. 이것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생각이라면, 선택받은 자의 수와 선택밖에 있는 자의 비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상 이에 대한 대답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하나님의 은총으로 구원받은 자의 수가 유기된 자의 수보다 적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인류의 적은 수만이 하나님의 선택의 은총에 포함되고, 대다수는 저주에 처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하나님의 의(義)의 결과다. 인간은 저주로 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께 불평할 수 없다. 그것은 하나님의 의로운 심판이기 때문이다. (G. Kraus). 다시 말해, "하나님이 모든 인간을 구원으로 이끌지 않고 죄인의 불신앙을 영원한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불의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이 먼저 원죄 때문에 죄의 덩어리가 되었고 구원에 대한 모든 요구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우구스티누스가 볼 때 모든 인간이 구원에 이르는 것이 오히려 의롭지 않은 것이다." (R. Leonhardt).

이러한 그의 생각이 후대의 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섭리론의 관점에서 선택과 유기의 이중 예정을 다룬 토마스 아퀴나스를 거쳐 칼뱅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칼뱅은 후기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엄격한 이중 예정을 주장하였다. 칼뱅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예정을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이라고 부르며, 이 작정에 의해서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이 어떻게 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스스로 예정하셨다. 이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상태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어떤 사람을 위해서는 영생이 예정되며 어떤 사람을 위해서는 영원한 저주가 예정되기 때문이다. 각 사람은 이 중의 어느 한 쪽 결말에 이르도록 창조되므로, 우리는 그를 생명 또는 사망에 예정되었다고 한다."(III, 21.5). "하나님께서는 그의 영원하고도 변할 수 없는 계획에 따라 구원으로 받아들이실 사람들과 멸망에 내어주실 사람들을 오래전에 확정하셨다"(III. 21.7). 하나님의 선택은 "하나님의 값없이 베푸시는 자비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공정 무흠하시면서도 불가해한 판단으로 저주에 넘겨주신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문을 닫으셨다."(III, 21.7)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는 다음과 같이 고백되어 있다.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하여 하나님의 경륜에 의하여 인간들과 천사들 중에 어떤 이들은 영생으로 예정되었고, 어떤 이들은 영원한 죽음에로 미리 정하여졌다. 이와 같이 예정되고 미리 정하여진 천사들과 인간들은 구체적으로 그리고 불변적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의 수는 매우 분명하고 확정적이므로 더 증가되거나 감소될 수 없다."(3장)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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