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과 하나님의 전능에 대한 변증적 접근 - 악과 하나님의 속성(2)

악과 하나님의 전능에 대한 변증적 접근 - 악과 하나님의 속성(2)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27. 기독교신론(5)

김도훈 교수
2022년 09월 21일(수) 09:50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선하시다. 이 전능하시고 선하신 하나님이 이 세계에 개입하여 그의 능력으로 유지 보존하시며, 모든 것 하나하나 돌보시며 다스리신다. 이것을 우리는 섭리하고 부른다. 이것은 변할 수 없는 우리의 고백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무신론과 그리스도인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래서 감사하고 찬양한다. 선하시고 전능하신 이 하나님이 바로 우리의 하나님, 우리를 위한 하나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악으로 통칭할 수 있는 수많은 죽음과 살육과 불의와 고통, 전쟁과 기근과 재해로 인한 생명 상실이 분명 존재한다. 전 지구적 아픔만 아픔이 아니다. 개인들이 각각의 이유로 겪는 고난과 고통은 하나님을 향한 욥의 탄식과 하박국의 항변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님, 언제까지 잠잠하고 방관하시려 하나이까?" 이것은 우리의 물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하시고 전능하시고 사랑이 풍성하신 하나님을 믿고 영광 돌린다. 이 모든 것을 이길 힘을 주시는 하나님, 우리를 단련하여 고난보다 훨씬 더 큰 은혜를 주실 하나님, 이성으로는 다 이해할 수 없으나 더 큰 선을 만들어가실 하나님, 그리스도 십자가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시작하신 하나님, 최종적으로는 모든 악을 극복하시고 승리하실 하나님,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고 죽음도 슬픔도 고통도 아픔도 없는 새하늘과 새땅을 만들어가실 하나님의 능력과 약속과 승리를 소망하며 인내한다.

이런 생각은 당연히 그리스도인들에게만 해당한다. 하나님이 존재하심을 믿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신론자들은 달리 생각한다.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 의하면 악의 현실과 신의 존재는 모순이다. 악의 존재와 신의 존재는 양립할 수 없으므로 어느 하나는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악이 있어서는 안 되고, 악이 있다면 하나님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악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므로 전능하신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신론자들과의 대화는 겉돌게 마련이다. 서로 전제가 다르고 접근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복음은 "모든 믿는 사람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롬1:16)이며 누구나 들어야 할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했으니 포기하지 않고 전할 일이다. 여기서 유용한 하나의 방식을 소개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바울이 사용한 변증적 방식이다. 아고라에서 그는 헬라철학자들과 예수의 부활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호기심을 가진 철학자들이 바울을 아레오바고에 초대하여 그가 가진 진리를 좀 더 자세히 들으려 했다. 꽤 많은 사람이 모였다. 그는 청중들의 종교와 문화를 파악하고 그들의 종교성을 접촉점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종교심이 많습니다. 내가 다니면서, 여러분이 예배하는 대상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제단도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들이 알지 못하고 예배하는 그 대상을,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행17, 새번역).

그리하여 아레오바고는 기독교와 헬레니즘이, 복음과 철학이 만나는 장소가 되었다. 바울은 그들의 현실에서 출발하여 복음으로, 피조물에서 출발하여 창조주 하나님에게로, 철학에서 출발하여 믿음으로 이르는 길을 선택하였다. 결국 그 변론으로 그는 몇몇 신자들을 얻게 되었다. 바울의 변증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유효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무신론자들과의 논쟁에서 논리와 철학과 과학과 경험이 유용한 설득과 변증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물론 논리나 과학이 기독교의 진리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음의 문에 이르게 하는 사다리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맥그래쓰 (A. McGrath)는 이렇게 말한다. "변증은 신학교 강의실에서만 쓰이는 기술이 아닙니다. 기독교 사역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이것은 보다 효과적인 전도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교회사역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서도 중요한 도구입니다. 변증은 보다 효과적인 전도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동시에 기존 기독교인도 신앙의 질적 깊이를 더하고, 그들의 헌신 속에 적절한 이해와 확신이 갖춰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악과 하나님에 대한 변증적 관점은 다음으로 미룬다.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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