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습니다"- 악과 하나님의 속성(1)

나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습니다"- 악과 하나님의 속성(1)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26. 기독교신론(4)

김도훈 교수
2022년 09월 14일(수) 06:38
지난주 질문을 다시 해보자. 하나님은 전능하시니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들 수 없는 돌을 만들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이 질문 자체가 잘못이다. "들 수 없는"이라는 말은 하나님 개념에 모순된다. 거짓말하거나 죄를 지을 수 있냐고? 거짓말하는 행위는 이미 하나님의 본성에 어긋난다. 더구나 거짓말과 전능은 아무 상관이 없다. 전능하시니 거짓말도 할 수 있느냐는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거짓말이나 죄를 짓는 것은 이미 선의 결핍이나 불완전을 포함하며, 이것은 곧 무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뭔가를 할 수 없거나 거짓말하거나 죄를 짓는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니다. 따라서 이 질문들은 실질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어불성설이다.

하나님은 전능하셔서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으나 자신의 본성에 어긋나는 일은 하시지 않는다. 사랑과 정의에 벗어난 일은 하지 않으며, 기분 내키는 대로 힘을 휘두르시는 분이 아니다. 네모난 동그라미를 만들어보라고? 하나님은 장난삼아 마술하듯 쇼를 해 보이시는 분도 아니며, 인간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며 온 우주 만물을 섭리하시는 일이 아닌 일, 즉 네모난 동그라미와 같은 인간의 인식 차원을 넘어서는 일, 그 일을 하고 나서 그 일에 대한 이해를 강요하시는 그러한 분도 아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본성과 목적과 의지와 계획과 작정에 맞게 행동하시는 분이시다. 그 모든 것은 성경에 있다. 성경의 하나님은 네모난 동그라미나 만드시는 마술사가 아니다. 게다가 네모난 동그라미를 만드는 것이 전능성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 설사 하나님이 네모난 동그라미를 그렸다고 하자. 3 차원에 사는 인간이 그것을 네모난 동그라미로 인식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유념할 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은 믿음의 대상, 신앙고백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설명이나 논리 전개의 대상이라기보다 믿음과 경배와 찬양과 기도의 대상이다. 매주 "나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하나님이 거짓말하거나 죄를 짓는다고 생각해보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기독교인으로서는 신앙이 뿌리째 뽑히는 일이며, 신앙의 터전이 파괴되는 일일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과 유사한 하나님을 하나님이라 부를 수 없으며, 그의 말과 약속이 진실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신실하신 하나님,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기 때문에 그분은 예배와 기도와 찬양과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제 전능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 답이 쉽지 않은 문제를 다뤄보려고 한다. 이 문제는 바로 악의 문제다. 쉽게 말하면,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전능하신 분인데 도대체 왜 이 세상에는 악한 일들로 가득한가, 왜 하나님은 악을 내버려 두시는가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무신론자들이 기독교를 공격하는데 가장 즐겨 사용하는 무기다. 그들의 비판은 간단하다. 악이 있으니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면 그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선하시므로 이 세상의 악을 분명히 그리고 당장 제거하실 텐데 여전히 거대한 악이 횡횡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하나님이 무능하거나 선하지 않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상 새로울 것이 없는 물음이다. 무신론자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물음이지만 성경의 하박국 선지자가 이미 이 물음을 절절하게 던졌다.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까. 내가 강포를 인하여 외쳐도 주께서 구원치 아니하시나이다. 어찌하여 나로 간악을 보게 하시며 패역을 목도하게 하시나이까 … 여호와 나의 하나님, 나의 거룩한 자시여 주께서는 만세 전부터 계시지 아니하시니이까 … 주께서는 눈이 정결하시므로 악을 참아 보지 못하시며 패역을 참아 보지 못하시거늘 어찌하여 궤휼한 자들을 방관하시며 악인이 자기보다 의로운 사람을 삼키되 잠잠하시나이까."(개역한글) 이런 도전은 고대 헬라 철학에도 있었다. 에피큐로스의 논증이 그것이다. 하나님은 악을 제거하는 것을 원할 뿐만 아니라 악을 제거할 능력도 있는데 도대체 왜 이 세상에는 악이 존재하며, 왜 하나님은 악을 제거하지 않는가 하는 도전이다. 히틀러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 당할 때도 사람들은 이런 물음을 물었다. 오늘날도 사람들이 묻고 있다. "전능하신 하나님! 왜 하나님은 악을 내버려 두십니까?"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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