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사역의 보루 '군 선교'

연합사역의 보루 '군 선교'

[ 주간논단 ]

이정우 목사
2022년 09월 05일(월) 08:15
필자는 군선교 현장에서 30여 년 넘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제일 아쉬웠던 것은 힘을 모으고 연합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군목들은 10개 교단에서 각기 신학적 배경, 교단 배경이 다른 상태에서 파송된다. 군대는 4개 종교가 모였고, 신부, 법사, 교무가 함께 있을 뿐 아니라 10개 교단의 군목들이 모인 성직자 백화점이다. 각 종단의 특징이 나오고 각 교단의 특징이 나온다. 타 종단의 군종장교들과 군목들의 차이를 말하라 하면 주저 없이 '각자 잘난 척은 잘 하지만 콩가루 집안 같아 힘을 모으기 쉽지 않은 종단이 기독교(신교)'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자주 당하기도 한다. 군 선교 현장만큼이라도 '원팀'이 되어 한국교회에 자그마한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기독교군종교구' 탄생의 배경이다.

기독교군종교구 설치에 관해서는 국방부 군종정책 책임자로 있을 때 여러 숙고와 함께 기획하고 관여했던 사안이다. 당시 기독교(신교)는 10개 교단과 군선교연합회 등 총 11개의 목소리가 각기 국방부와 관계하고 있었다. 교단별로 자신의 사안들만 서로 해결해 달라 실무자들에게 요구하다보니 그 위상은 뻔했다. 목소리를 하나로 조율하여 한 통으로 국방부와 관계한다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기독교가 군 교회 건축, 위문, 세례 지원 등 군에 지원하는 일은 엄청나다. 타 종단이 다 합쳐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그러나 기독교의 위상은 생각보다 많이 약하다. 그에 비해 타 종단은 하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하나 된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점수를 많이 딴다. 가끔 군의 고급지휘관들은 비아냥거리듯 '군이 요구하는 군종장교 활동을 해야지 왜 기독교만 유독 선교라는 이름을 강조하면서 군에서 활동하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한다. 그렇다고 타 종교 군종장교들이 우리보다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선교'라는 이름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 적지 않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는 군에서 '군종교구'라는 이름으로 공식 대표기관으로 활동한다.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다. 반면, 기독교는 '군선교연합회'라는 이름으로 대표 기관으로 활동하다 보니 가끔 타겟 아닌 타겟을 받는 것이다. '교구'라는 이름은 천주교에 더 어울리는 이름이기 때문에 기독교(신교)에서 사용하는 것은 어색한 명칭이다. 그럼 에도 '교구'라는 이름이 군에서 익숙하고 타겟이 안된다면 대내적으로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로, 대외적으로는 한국교회를 대표하여 정부와 국방부에 군선교현장을 대변하고 보호, 지원하는 기능을 위해 '기독교군종교구'라 명명하여 병기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앞으로 군에서 기독교 위상과 선교현장 보호를 위한 법적 보호 기능, 연합적인 대처, 정책 제안 등 대외적인 역할은 많이 요구될 것이다. 이를테면, 신자들의 신앙 보호를 위한 이단 대처, 동성애 차별 금지법 대처, 다변화된 군선교 현장에서 군목과 군선교사들의 활동 여건 보호를 위한 제도 및 정책적 제안 등이 될 것이다. 위상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우리 기독교의 강점은 열정과 저력이다. 열정과 저력이 연합과 협력으로 다져질 때 한국교회는 군선교를 힘있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단도 이길 수 있고, 동성애 차별 금지법도 뚫고 나갈 수 있고, 또한 군목과 군선교사들이 사역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 군선교연합사역 50주년 희년대회'를 마치면서 군선교연합회 이사장 김삼환 목사는 10개 파송 교단장이 연합한 자리에서 군, 정 관계자들에게 군종병과 장군 편제에 관한 제안과 후속적인 추진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군 선교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장군에 관한 사안은 그동안 풀지 못했던 군종병과 차원으로나 군 선교 차원에서 숙원 사업이었다. 그러나 현재 군 및 관련 부서에서 매우 전향적이면서 긍정적으로 추진되어 가고 있다(9월 초, 국방부 군종정책 컨퍼런스 개최 예정). 한국교회를 대표하여 제도권 안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제도권 밖에서 선교적 환경과 여건 확대 차원에서 해결해가는 획기적인 추진이었다. 이것이 군종교구의 역할이다.

70여년 전 6.25 동란 시 윌리엄 쇼 선교사, 한경직 목사 등은 군종병과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그 제안이 병과가 창설되어 군에 복음이 들어가는 제도적인 통로가 되었듯이 이번 일도 한국교회 군 선교 연합사역의 큰 산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가?'(시133) 그리스도인들에게 연합은 필수과목이다. 연합할 때 위상이 있고 연합하려고 애쓸 때 품격이 있다. 힘은 모으고 일은 나누고!



이정우 목사 /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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