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의 문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녹여낸 진정성

성육신의 문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녹여낸 진정성

[ 울타리넘는문화심기 ]

이재윤 목사
2022년 08월 17일(수) 10:00
현재 21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채널 '욘니와 치애'.
1980~1990년대에는 교회문화가 세상문화(?)보다 앞섰다는 말을 듣곤 한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겠지만, 음악분야를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교회에서 음악을 처음 접하였고 풍성한 찬양문화가 그 자양분이 된 것이 사실이다. 또 각 교회별로 활발했던 '문학의 밤' 류의 행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연극, 뮤지컬 등은 청소년,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대중문화 시장에서의 음악, 공연, 영화 등의 콘텐츠는 이미 제작비와 인력 규모에서 교회가 따라가기에는 너무나 벅찬 상대가 되었다. 요즘 아이돌 그룹을 하나 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억대의 비용이 필요하고 대학로 작은 연극 하나도 그 정도의 예산이 든다고 하니, 어느 교회에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대중의 눈은 높아졌고 그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기술이 필요한데, 교회 내의 재능있는 헌신자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이미 격차가 너무 심해져 버렸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문화'라는 영역에서 이제 교회들이 손을 아예 놓아 버린 느낌이 없지 않다.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 문화의 영역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구호와 함께 여러 가지 구체적인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생존 자체가 버거운 수많은 중소형 교회들 입장에서 '문화'는 언감생심 감히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상업주의의 총탄이 살벌하게 날아다니는 대중문화 시장에서 교회는 어떻게 나름의 선한 문화선교사역을 시도할 것인가. 이대로 포기하고 말 것인가.

그런데 최근에 한 청소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작은 가능성의 영감을 얻게 되어 나누어 보려 한다. '욘니와 치애'. 현재 21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채널이다. 욘니는 유튜브의 주인공 원기이고 치애는 그의 동생 수혜이다. (어릴 때 발음을 잘 못해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욘니는 특별하다. 대한민국에서 한 명 밖에 없는 소아조로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유튜브를 통해 많은 구독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

욘니는 영상에서 걸그룹 노래도 하고 대중가요도 부른다. 워낙에 끼가 많고 재능이 있기에 춤도 잘 춘다. 그런데 그가 부르는 노래에는 특별한 치유의 힘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사실 소아조로증은 매우 힘든 병이다. 남겨진 날이 얼마가 되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욘니는 삶에 대한 긍정을 담아 '최고의 하루를 사는 거야'라고 노래를 부른다. 이러한 내용으로 직접 만든 자작곡은 곧 음원으로 나온다고 한다. 본인은 그 곡을 미리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얼마전 20만 구독자 달성 기념으로 본인이 운영하는 나니아의 옷장 스튜디오에서 유튜브 생방송 라이브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그 노래를 불렀다. 채팅창에는 수백명이 들어와 있었는데, 그 특별한 노래가 들려질 때 감동과 공감, 치유의 경험이 실시간 댓글로 무수히 올라왔다.

사실 욘니는 목회자 가정의 아이이다. 그렇다고 그의 채널에서 CCM을 부르거나 신앙간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그의 선한 에너지는 기독교 신앙과 믿음의 가정에서 나오는 힘이라는 사실을. 바로 오늘에 우리가 지향해야할 문화선교의 방향성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성육신적인 문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녹여낸 진정성 있는 발자취.

욘니의 노래가 힘이 있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굴하지 않고 소망을 붙들고 '최고의 하루를 살아가는' 현재진행형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작비를 아무리 많이 투자한 대중문화 상품에서도 쉽사리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감동하는 것이리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을까. 아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어야 할까. 제작비를 많이 투자한다고 만들 수는 없는 이야기, 최신 기술에 능통한 전문인력들을 섭외한다고 만들 수는 없는 이야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분명 그러한 이야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한 때 문화선교는 뒷부분의 영접기도 시간을 위한 앞부분의 바람잡이 역할로만 소비되어 온 것은 아닐까. 현대인들은 진정성에 열광한다. 무언가를 팔기위해 그럴듯한 포장으로 유인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마음을 닫는다. 그렇다면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 복음이 담긴 이야기를 담아 성육신적으로 세상속에서 살아내는 것이 문화선교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재윤 목사 / 나니아 옷장 대표, 주님의숲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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