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신드롬'...판타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우영우 신드롬'...판타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자'의 시선으로 응답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7월 25일(월) 11:28
ENA채널의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Autism Spectrum Disorder)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좌충우돌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우영우'는 드라마를 관통하는 대사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따끔하면서도 재치있게 지적하고 있다.
 
"대표님께서 보내신 신입 변호사가 왔습니다. 혹시 이력서 뒷장도 보셨습니까?"
"변호사님이야 말로 뒷장에만 꽂혀서 앞 장 안 본거 아니에요? 서울대 로스쿨 수석졸업에 변호사 시험 성적 1500점 이상. 이런 인재를 한 바다가 안데려오면 누가 데려옵니까?"
"저는 의뢰인을 만날 수 있고 재판 나갈 수 있는 변호사가 필요한데 사회성도 좋아야 하고 언변도 필요한데 자기소개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가르칩니까?"
"변호사님은 첫 출근날 자기소개 잘했어요?"
"그러니까 제 말씀은 저랑은 다르지 않습니까?
  
드라마의 가장 큰 인기요인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 캐릭터다. 다소 엉뚱하지만 열정적인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적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의 연기는 목소리 톤부터 말투, 손짓과 걸음걸이, 눈빛까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과 흡사하면서도 '역사상 가장 사랑스러운 자폐인 캐릭터'로 손꼽히며 장애조차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우영우가 쌓아올린 높은 인기 만큼 여러 논란이 이어지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우영우는 아이큐가 무려 164다. 한번 본 것은 다 기억하는 천재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만점 가까이 받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결함이 있어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발달 장애를 가리킨다. 우영우가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자폐 스펙트럼은 발병 원인도 증세도 다르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으로 추정되는데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나 지적 장애는 있지만 특정 분야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경우다. 그러나 현실에서 서번트 증후군은 매우 드물다. 세상에는 '우영우'보다 정신 연령이 6세에서 10세 정도인 중증도의 자폐인으로 소통이 어렵고 때로는 폭력적인 김정훈이 더 많다.( 3화 '펭수로 하겠습니다'편 등장)

이계윤 목사(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는 "이 드라마는 판타지"라면서 "드라마는 드라마 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미디어에서 특별하게 포장된 장애를 대중이 일반화로 받아들여 자칫 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더 커질 수 있을까 우려가 된다"면서 "자폐 스펙트럼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정서적 교감이고 공감인데,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장애를 미화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감이 커지고 판타지를 현실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이 목사는 "무엇보다 장애인을 '영웅화'해야만 이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장애인식 개선은 개인과 가족의 노력이 아니라 국가적 정책과 제도로 이뤄져야 하는데, '장애인 영웅화'로 개인과 그 부모들에게 부담이 전가될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비롯해 이 사회에 만연한 여러 차별과 편협한 시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드라마 에피소드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성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 우영우는 매번 우리를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된다. 왜냐고? 우영우는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우 변을 늘 배려하고 돕고 양보한다.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다 착각이다."
 
우영우의 동료인 권민우가 제기한 '공정론'에 많은 이들은 분노했지만, 한편에서는 이 사회에서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대변하고 있다는데 동조했다.
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객원연구원)는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장애의 어려움을 지워버리고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을 갖는 '권모술수 권민우'에게는 분노하지만 실제로 몸의 불편함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차별 받고 구조적으로 기본권마저 침해당하는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의 양보와 불편함은 감수하지 못하곤 한다"면서 "하지만 이 정도 가벼운 휴먼 힐링 코미디에 자폐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사회적 기여가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가장 열광하는 것은 연기자의 연기력과 매력을 포함해 주인공의 천재성, 주인공 주변인들의 배려와 따뜻함 같은 것"이라면서 "드라마에서 감동을 받았다면 그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현실의 자폐인들에게도 '우영우'의 친구 동기 상사처럼 차별과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이고 묵묵히 그의 성장과 사회 적응을 돕는 등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것으로 말이다"라고 당부했다.

사실 '우영우'보다 우영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지지하는 동료들이 더 판타지라는 지적도 있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는 "우영우를 판타지라고 보는 게 아니라 우영우의 주변 사람들이 판타지라고 할만큼 영우를 향한 우정과 신의, 지지와 배려가 넘친다"면서 "크리스찬들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너는 누구의 이웃인가?' 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시선으로 이 드라마를 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자폐인 우영우는 깍두기입니다. 같은 편하면 져요. 내가 끼지 않는 게 더 낫습니다"라고 말하는 우영우에게 현실에서도 "나는 변호사님이랑 같은 편하고 싶어요"라는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드라마의 진정한 성과는 '우영우'에 열광하며 우영우 신드롬을 만들어낸 대중의 몫으로 남겨졌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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