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유협은 우리의 아픔을 말하고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공동체"

"목유협은 우리의 아픔을 말하고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공동체"

제14회 목회자유가족협의회 정기총회 및 치유세미나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7월 17일(일) 23:54
총회 사회봉사부(부장:도영수) 산하 목회자유가족협의회(이하 목유협, 회장:김경애)가 지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 명성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제14회 정기총회 및 치유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함성순 회계, 김영애 총무, 서정임 부회장, 김경애 회장, 이순창 부총회장, 김보현 사무총장, 총회 사회봉사부 조상식 실장, 소금의집 상임이사 김종생 목사
【 제주=최은숙 기자】 섣부른 공감과 위로는 '독'이 될 수 있지만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것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일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부장:도영수) 산하 목회자유가족협의회(목유협, 회장:김경애)가 지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 명성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상처 품은 치유자'를 주제로 제14회 정기총회 및 치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김경애 회장이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연임됐다. 김 회장은 "마음의 부담은 여전히 크고 어깨는 무겁지만 남편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우리 목유협 회원들과 함께 다시 한번 힘을 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목유협은 목회자인 남편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모여 비슷한 아픔과 상황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보듬는 모임이다. 그동안 1년에 한번 정기총회를 통해 모임을 가져왔지만 코로나 19로 3년만에 정기모임을 갖게 됐다.

"지난 3년이 황당하고 고난했고 외롭고 힘들었다"는 김경애 회장은 "아직 완전하지는 못해도 회원들이 너무 그립고 보고싶어 이 곳 제주에서 총회가 개최되기를 밤마다 기도하며 준비했다"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고 우리들을 향하신 한없는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40여 명의 회원들도 "목유협은 어디서도 하지 못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이해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면서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로 만나지 못해 너무 힘들고 답답했는데 이렇게 함께 하니 가슴이 뻥 뚤리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2박 3일의 일정동안 회원들은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명소를 관람하며 친목을 도모하고, 매일 예배와 기도회, 치유집회 등을 통해 말씀으로 은혜와 위로를 얻었다.

무엇보다 이번 정기총회는 총회가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부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둘째 날 저녁 치유집회 강사로 참여해 회원들의 어려움에 공감했으며, 총회 사무총장 김보현 목사도 동행해 격려했다. 특히 집회 후 이순창 부총회장은 김보현 사무총장과 함께 목유협 임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총회가 목유협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

목회자 부인들에게 남편과의 사별은 그 자체만으로 감당하기 힘든일이지만, 오히려 자신의 슬픔을 억누른 채 목자를 잃은 성도들을 위로하고 배려하고 교회를 세워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여러가지 정신적 정서적 물질적 어려운 문제가 있어도 고인이 된 목회자 남편에게 누가 될까 두려워 자신의 아픔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유가족들이 "목유협에서만 내 아픔을 이야기 할 수 있고 이 상처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남편이 없는 목회자 부인은 더이상 교회에 있을 수 없다. 빠른 시일 내에 이사해야 하고 교회도 옮겨야 한다. 자녀와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한다. 회원들 대부분이 가난한 개척교회나 농촌교회의 목회자 부인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김경애 회장은 "목회자 아내들은 평소 남편의 목회활동을 지원하는 목회동역자로 지냈지만 남편의 부재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남편의 부재와 함께 교회에서 쫓겨나고 생계의 위협에 내몰려도 경력이 단절돼 취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현실을 전했다.

대부분의 목회자 부인들은 경력단절로 재취업이 어려워 요양보호사나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고, 작은 개척교회나 농촌교회의 경우 남편의 뒤를 이어 아내가 신학을 공부해 사역을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있다.

목회자 남편과의 사별 후 유가족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체성'의 혼란이다. 서정임 부회장은 "그간의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사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목회자들이 대부분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교회에서 우리들의 설자리가 없다. 이젠 '사모'도 아니고 성도도 아닌 존재다"라고 호소했다. "우리는 교회에서 목회에 협력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서 부회장은 "우리는 남편 목사님들을 도우며 목회를 실질적으로 해 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인데 교회에서 새가족교육을 8주 동안 받으면서 '태초의 하나님'을 배울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든다"면서 "우리는 골치 아픈 사람이 아니라 무한한 자원을 가진 존재들로 활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목유협 회원 중에서도 교회에 정착해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 총회가 제주도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코디네이터로 도움을 준 김종생 목사는 "총회가 제도적으로 사별한 목회자 부인들에게 호칭을 정해주고 안정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이순창 부총회장도 "이분들을 '전도자' 혹은 '전도부인'으로 모시고,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방안이 고민되어야 할 것 같다"고 공감했다.

목회자 자녀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아버지와 헤어지는 아픔이 가시기도 전헤 교회를 옮기고 이사를 가고 전학을 해야 한다. 학교와 교회 친구를 동시에 잃게 되는 정신적 정서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으로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순창 부총회장은 "그동안 이러한 여러 문제를 공론화 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보겠다"면서 "목유협 모임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개교회가 관심을 갖고 회원들의 자원이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목유협은 총회 사회봉사부 산하단체로 재직 중 별세한 예장 총회 목회자 부인들의 모임으로 11개 지역별 지지모임이 운영되며 현재 140여 명의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다. 목유협은 사별한 목회자 부인들을 위한 세미나 및 신앙수련회, 자녀 학자금 및 후원금 지원, 회보 '목회자 유가족협의회 소식'발행, 간증집 출간, 일자리 마련 및 자립을 위한 후원 연결, '하늘노래 중창단'운영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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