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경'의 권위 vs 도전 받는 권위

'오직 성경'의 권위 vs 도전 받는 권위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17. 무신론 시대의 성경론 (1)

김도훈 교수
2022년 07월 07일(목) 06:05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이 구호는 종교개혁자들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숨 건 외침이었다. 이것은 성경만이 "우리의 신앙과 행위에 대한 정확무오한 유일의 법칙"(대한예수교장로회신앙고백서 1,1)이라는 의미다. 그들은 성경의 권위를 그 어떤 교회의 문서나 칙령보다도 우위에 두었다. 루터는 "신학 논쟁에서 성경을 최종적 권위와 규범적 판결기구"(레온하르트, 326)로 보았다. 성경은 모든 신학논쟁에 있어서 재판장(iudex)이었다. 성경은 철저히 하나님의 말씀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빈도 루터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강요'에서 "성경의 권위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지 교회에서 온 것이 아니다"(I,7,1)라고 주장하면서 성경의 권위의 근거를 하나님에게 두었다. 이들이 이렇게 주장한 의도는 분명하다. 교회가 회의를 통해 성경을 경전이라고 결정했으므로, 성경을 교회의 권위 아래에 두려 했던 중세의 성경관을 부정하기 위함이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이런 생각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특히 칼빈은 "성경을 판단하는 권세가 교회에 속하며, 성경의 확실성이 교회의 찬동에 좌우된다는 것을 참으로 거짓된 견해"(I,7,2)라고, 또한 "성령을 조롱하는 것"이며 "신성모독적인 것"(I,7,1)이라고 단언하였다. 종교개혁자들에게 있어서 성경의 권위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성경 자체가 이미 신적인 권위를 갖는 하나님의 말씀이고, 성령께서 이를 증거하시기 때문에, 교회는 이를 승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개혁교회는 종교개혁자들의 생각을 잘 계승하였다. 장로교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존 낙스(John Knox)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1560)는 성경의 권위를 다음과 같이 인정하고 있다. "성경의 권위는 어떤 사람이나 천사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에게서 온 것이라고 우리는 확인하고 공헌한다. 그러므로 성서가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그것을 교회로부터 받은 것이지 다른 데서 얻어 온 것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사람들이요 참된 교회에 대해서는 해독을 주는 사람들이다." 제2 스위스 신앙고백서(1566)는 "사도들이 전해준 성서는 하나님의 참된 말씀이며, 사람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라 성서 자체가 충분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역시 "성경의 권위는 어떤 사람이나 교회의 증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 자체이시며 저자가 되시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러므로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우리는 성경을 받아들여야 한다"(1,4)고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성경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조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계몽주의가 바로 그것이었다. 계몽주의는 이성을 중시하다 못해, 판단의 규범으로 삼았다. 이성은 모든 것을 심판하는 심판대의 재판장이 되었다. 이 사조는 교회에도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신앙을 사적 영역으로 만들었고, 성경과 기독교의 진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버렸다. 이성을 인식의 기준으로 삼았으니 교회나 성경을 결코 최종적 권위로 인정했을 리 없었다. 오히려 성경을 이성의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이성의 저울에 올려진 성경은 "역사의 제약을 받는 인간이 하나님에 대해 숙고한 결과물"(레온하르트, 338)에 불과했다. 수많은 성경의 기록과 내용을 신화로 판정하였다. 성경은 여러 편집자들과 저자들에 편집된 것이고, 고대 근동지역의 영향으로 생성된 것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인간의 문헌으로 간주 되었다. 자연히 성경에 있는 부활과 기적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되었고, 미래 종말론적 관점들은 신화로 치부되었다. 하늘과 땅과 지옥은 현대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과학적 원시 세계상으로 간주되었다. 성경의 기적이 제거되니 예수는 윤리교사가 되어버렸다. 예수의 탄생과 공생애와 선포와 십자가와 부활은 역사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신화가 되었다. "성경은 내용적으로 전혀 단일하지 않은, 계시에 대한 인간적 증언으로 간주 되었다. 이로써 성경을 중심으로 형성된 교회 교리도 그리스도인에 대한 절대적 구속력을 상실하고"(레온하르트, 336) 말았다. 따라서 성경은 근대 이전에 가졌던 규범으로서의 위치를 내려놓아야 했다. 한마디로, 계몽주의 시대는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철저히 부정한 시대였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의 무신론자들도 이렇게 이성과 과학의 안경으로 성경을 비판하고 교회를 비판한다는 점이다.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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