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 울타리넘는문화심기 ]

이재윤 목사
2022년 06월 15일(수) 10:00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 최근 서점가에서 인기를 끈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꽤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의 문화는 점점 더 개인주의적이 되어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고 친밀한 공동체에 대한 갈증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 아래에 젊은 세대들 사이에 책읽기 모임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한 기업은 20~30대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하여 책읽기 모임을 만들어 오고 있는데, 수십만원의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참가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요즘은 교회들도 작은 도서관 또는 서점을 운영하는 경우도 꽤 많은 듯하다. 지역사회와의 접촉점으로서 또한 지역사회를 섬기는 거점으로서 책을 매개로 한 콘텐츠도 다양한 편이다. 그 많은 책들 중에 교회는 세상속에서 어떤 책들을 나누면 좋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신앙간증의 내용을 담은 책이나 새신자를 위한 설교집 등도 전도를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겠지만, 문화라는 영역은 꼭 그렇게 직접적인 방식으로 선교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나라의 가치에 기반한 좋은 문화콘텐츠로서, 일반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도 선교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출판계의 어떤 트렌드는 주목해볼만 하다. 지난 한 달 새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다시 말해줄래요?', '집으로 가는 길', '소란스러운 동거' 등 '장애'라는 키워드로 쓰여진 책들이 적지 않게 출판되었다. 최근 장애인이동권 보장시위와 맞물려 관심이 증대된 이유도 있는 것 같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에 대한 젊은 세대의 열망이 반영된 듯도 하다. 그중에 특별히 '소란스러운 동거'(박은영 저, IVP출판사)는 기독교인이자 장애여성인 저자가 쓴 책으로서 교회들이 주목해볼만하다.

교회 안에 퍼져 있는 장애에 대한 왜곡된 관점들이 경험자로서의 담담한 진술을 통해 담겨 있다. 물론 많은 교회들이 장애인을 섬기는 사역을 꾸준히 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장애인을 자신이 선을 행할 기회로 여기는 시혜적 태도는 장애인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란스러운 동거'와 같은 책들을 통해서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사회를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배울 수 있다.

본인이 운영해오고 있는 기독교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에서는 수년간 책읽기 모임을 지속해오고 있다. 얼마 전 함께 읽기를 마친 책은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백정연 저, 유유출판사)이었다. 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또 책의 내용을 나누는 글들을 올렸는데 젊은 세대의 반응이 뜨거운 것을 느꼈다. 물론 오늘의 세대는 자기계발과 생존에 몰입하는 세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큰 세대이기도 하다.

바로 교회가 이러한 젊은 세대의 문화적 열망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조차도 이미 ESG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실천해오고 있다.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lcial), 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사회공헌 활동을 조직의 존재목적으로 강조할 때에 경영성과도 좋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왜 파타고니아의 특별할 것 없는 디자인 티를 비싼 돈 주고 구입하는가? 그것은 파타고니아라는 기업이 환경보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다는 점이 공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늘의 교회는 왜 MZ세대로부터 외면 받고 있을까. 그들이 관심을 두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교회가 무지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 '장애'라는 키워드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살피면 교회는 어떠한 접근을 취해야 할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마케팅적 접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약자를 배려하고 함께 사는 법에 대하여 늘 말씀하신 것은 바로 예수그리스도 아니신가. 하나님나라 복음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운영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 서점 등에서 이러한 내용의 책들이 나누어진다면 교회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새로운 변화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라는 현대인들의 열망에 진실된 충족을 주려면 값싼 위로로는 역부족이다. 진심이 담긴 '사람을 향한 사랑'이 전달되어야 한다. 진정성은 오늘날 최고의 덕목이다.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소유한 우리가 그 진정성이 없다면 그야말로 맛 잃은 소금이 아니겠는가. 세상속에 들어가, 세상의 문화를 통해 예수의 사랑을 전하는 문화창조자들이 늘어나기를 꿈꾸어 본다.



이재윤 목사/기독교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 대표, 주님의숲교회 담임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