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복'을 넘어서 (렘33:3)

'3복'을 넘어서 (렘33:3)

[ 목양칼럼 ]

이호 목사
2022년 06월 08일(수) 08:04
교회에서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 으레 첫째, 둘째, 셋째 하시며 말씀하셨다. 신대원에 들어가서 그것이 일명 '3대지 설교'라고 하는 설교 커뮤니케이션의 전통적인 기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경에서 3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떠올리며 하늘의 숫자로 여긴다. 그래서인지 시나브로 3이라는 숫자가 친근하고 좋게 여겨진다.

그런데 3은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한국 사람은 홀수, 그중에서도 3을 좋아한다(2017년 방영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1편')는 것이다.

목사님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말할 때 많이 쓰는 '3가지 원칙', '3가지 관점' 같은 표현을 잘 쓰며, 소설·영화에는 '3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3년제로 졸업했다. 나는 군 복무도 만 3년을 했다. 신학대학원 목회학석사(M.Div) 과정도 3년이었다. 신대원이 3년제인 것은 영혼을 다루는 일은 일반대학원보다 더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구약을 이해하기 위해 히브리어를, 예수님의 육성을 들어보기 위해서 헬라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공부해야 할 분량이 워낙 방대해 사실 3년으로도 부족하기만 하다. 다만 우리 주님께서 3년간의 공생애를 통해 제자사역을 완수하셨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복음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3년이면 얼마든지 예수님의 제자로 거듭나고, 경건의 능력을 소유하여서 나아가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이 성경의 증언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삼복더위가 생각난다. 왜 더위도 3인지. '복날'의 복은 엎드릴 복(伏)자인데, 여름철 더운 기운이 강렬해서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나. 전에 섬겼던 교회에 보신탕을 하시는 성도님이 계셨다. 교역자들을 초대하셔서 정성껏 준비한 요리로 대접하는 것을 너무나도 행복으로 여기셨다. 그 섬기는 모습을 봬면 주님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목사님, 개는 아무리 짖어도 목이 쉬지를 않는데요. 보신탕 잡숫고 건강하세요" 하시며 대접하셨다. 그러면서 복은 3복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초복, 중복, 말복 뿐만 아니라 광복과 서울수복도 있으니 언제든지 오라고 하셨다. 3복에서 5복이 열리는 말씀이었다.

뒤돌아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나는 '3'이라는 주기로 상당한 훈련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3이 친근하고, 3이 익숙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3을 넘어서는 생각은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익숙함의 덫에 빠진 것이다.

성경을 읽을 때도 나의 친근함이나, 내가 익숙한 말씀에는 쉽게 은혜를 받으면서도, 그 이상의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별로 없다. 성령께서 조명해 주심을 사모하며,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내가 편한 대로 성경을 읽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주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것을 듣고,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것을 보게 하여 주시기를 기도 드린다. 내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내게 보이시고, 역사하여 주심을 소망하며.

이호 목사 / 종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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