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정말 왜 이래?"

"선거판, 정말 왜 이래?"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2년 05월 24일(화) 09:47
"한국교회 선거문화가 왜 이리도 바뀌지 않는 것일까?" '개혁'이란 단어를 사용하기조차 부끄럽다. 필자가 30년이 넘는 기자 생활에서 빼놓지 않고 매년 경험했던 것이 교회 선거에서 나타난 법을 철저히 무시한 불법 선거 행위이다. 수없이 많은 사례를 접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불법선거 행위를 지적하며 기사를 써왔다. 이로 인해 일부 교계 인사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어떤 인사로부터는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듣기도 했다.

본보는 바른 선거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며, 후보자들이 나서서 공명선거에 임할 것을 다짐하며 사인을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결과는 소용이 없었다.

30년 전에 있었던 선거와 관련된 잡음이 오늘까지도 끊어지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심해졌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지능화' 되고, '대범화' 됐다. 드러내놓고 불법선거를 조장하기 일쑤다. 최근에 부총회장 선거가 몇 차례 단독 후보로 진행되면서 좀 잠잠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선거를 치렀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꼭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늘 선거꾼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당선을 시키지 못할 수 있지만, 낙선을 시킬 수 있다." 이 말에는 단독 후보도 피해갈 수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 107회 부총회장에는 목사 장로 모두 단독 후보이다. 큰 잡음 없이 잘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부총회장 선거가 단독 후보일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다음 연도를 준비하는 후보군에 대한 무한한 관심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부·위원장 선거에 주목하기도 한다. 단독 후보 선거에서는 큰 소득(?)이 없으니 차기 선거에 미리 개입하자는 것이다. 그 보다도 더 멀리 내다보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예비 후보군을 찾아 선거 분위기를 미리미리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하마평에 오른 예비 후보자 중에는 작게는 2년에서 많게는 5년 이상을 선거꾼들에게 시달린다.

이미 여러 차례 필자가 칼럼과 기사를 통해 지적했듯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는 50명에서 100명 정도의 선거꾼이 늘 존재한다. 선거를 치러본 분이 증언한 내용이다. 명단도 줄 수 있다고 한다. 증언자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면, 이 50~100명의 선거꾼만 없으면 교단내 선거는 깨끗해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선거꾼이 계속해서 대를 이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10, 20년 전에 같은 지적이 있었지만 현재도 꼭 같이 이 같은 지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0년 20년전에 활동을 했던 선거꾼들은 은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불법 타락 선거를 조장하는 꾼들이 활동하고 있다.

불법 선거를 조장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표가 몇 표인데,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가 일반적이다.

이같은 행동으로 한 후보에게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후보에게 동일하게 접근해서 2중 3중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챙긴다. 예비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돈을 풀지 않을 것이면 왜 선거에 나오냐'며 핀잔을 하는 등 협박과 같은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자신에 의해 선거판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식이다.

개인 선거꾼뿐만 아니라 단체를 앞세운 불법 타락선거 조장 사례도 만만치 않다. 선거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가 선거가 끝난 후에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 수를 확인해 보니 1년 사이에 70통이 넘었다고 한다. 이 중에는 들어 보지도 못했던 선교단체도 있었고, 심지어는 노회내 시찰회 행사에 찬조금을 보내 달라는 내용까지 있었다. 규모가 있고,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체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같은 금품 요청 공문을 통한 금품요구 사례는 예비 후보자 대부분이 비슷하게 경험했다는 것이 이구동성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받는 사람(요구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선거꾼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면서 항변하려고 한다.

여전히 불법행위를 조장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어떠한 경우라도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불법 행위는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기독교계에는 '은혜의 법(?)'이라는 말이 있다. 명문화된 법 보다도 좋은 방향에서 은혜롭게 문제를 풀어가자는 의미이다. 그러나 나쁜 말로 해석하면 한마디로 '좋은 것이 좋은 것',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것이다. 법이 있어도 그때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다. 사실상 선거 과정에서 지적되고 고발되었던 불법행위가 이후에 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관행이 단절되지 않으면서 오늘까지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야'는 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에 부총회장 예비군에 포함된 한 분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별별 사람들이 찾아오고, 어디에 있으니 나와 달라고 하고 …. 선거판이 이 정도 일지를 몰랐다."

박만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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