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성장 플랫폼 '움트다'가 움텄다

여성들의 성장 플랫폼 '움트다'가 움텄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3월 28일(월) 08:53
여성사역자에게 출산휴가를 줬더니 '먹튀'를 했다고?

"교회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교회의 구조적인 개혁과 여성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한 세미나에서 되게 젊고 진보적이라고 자신하시는 한 목사님께서 여성사역자가 출산 휴가를 끝내고 '먹튀'를 했다고 하는 거에요."

정확하게 '먹튀'였다. 출산(육아)휴가는 출산한 여성들의 근로의무를 면제하고, 임금상실 없이 휴식을 보장받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다. 개인이 선심 쓰듯 내어놓는 복지 정책도 아닐뿐더러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 복귀해도 자녀를 돌봐줄 사람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하는 여성들이 많다. 교회는 더 심각하다. 실제로 교단 내 출산(육아)휴가를 제도화한 교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여성사역자들은 출산이 가까워지면 사역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들은 "남성 사역자의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이고, "출산과 양육이라는 이유로 사역을 포기해야 하는 당사자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자들이 문제라는 식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2019년, 2월의 일이다. 현장에 있던 4명의 여성 스태프는 그날 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의 기억들을 쏟아냈다.

"면접을 봤고 부임 날짜까지 정해졌어요. 그런데 당회에서 청년부 사역자로 여성이 적합하지 않다면서 취소통보를 받았어요. '여자'여서 안 된다는 거죠. 제가 아는 목사님은 면접까지 가서 여성이라서 안된다고 했대요. 그럼 면접에는 왜 불렀을까요?"
"전임사역을 할 때였어요. 새벽예배 설교에 제 이름이 빠져있는 거에요. 알고 보니 남성 부목사들이 '배려'를 한다면서 저를 '제외'시킨 거에요. 제 일을 하나 덜어줬고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는 설교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고, 사역에서 배제당했거든요."
"면접 때 빠지지 않는 질문이 결혼과 출산이에요. 어떤 사역을 잘할 수 있는지보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봐요. 남성 사역자들에게 결혼 후에 사역을 계속 할 수 있는지 묻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분노만 할 수 없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가'만들어보자. 변화를 이끌어내보자. 여성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자. 여성들의 성장 플랫폼 '움트다'(대표:전수희)의 시작은 그랬다.
'움트다'는 한국교회 여성 네트워크 커뮤니티다. 전수희 대표는 '여성을 위한 안전하고 느슨한 공간'이며, '세려된 자매애로 더욱 풍요로운 삶을 선사'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움트다의 의미는 새로운 싹이 '움'튼다는 의미도 되고, 기운이 새롭게 일어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해요. 여성들이 '움트다'를 통해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12명의 여성들이 모였고 지금은 20대부터 50대까지 5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한다. 사역자부터 평신도, 청년까지 세대와 직업도 다양하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호칭도 '00움'님으로 부른다.

힘들고 소외된 여성들이 연대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목적으로 유튜브 채널 '움트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PQ7KOAG5IDXzaTWa25ISEg)를 개설했다.
그동안 어디서도 말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여성'의 언어로 된 책을 함께 읽으며 도전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오픈움트다'는 여성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전 대표는 "남성에 비해 강단에 설 기회가 적은 여성들은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생각들을 속 시원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면서 "다양한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분들이 다수가 있는 곳에서 제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훈련받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매달 줌(ZOOM)으로 진행되며 주제는 '채식주의''대선''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노래''MBTI' '마음안녕' 등 사회적 이슈부터 소소한 일상적인 '수다'까지 다양하다. 매달 함께 읽고 쓰고 말하는 독서모임 '책트다'도 인기가 높다.

여성들이 함께 드리는 '여성주의 예배'도 움트다만의 새로운 시도 중 하나다. '움트다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여성주의 예배는 '여성의 예배'가 아닌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예배를 지향한다. 목회자부터 평신도까지 모두가 주최가 되어 예배를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여성주의 예배'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며 향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시도할 사역은 '배움트다'다. '우리의 일자리는 우리가 만든다'는 의미에서 여성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공간이다. '배움트다'는 재능은 있지만 자본도 경험도 없는 여성들이 각자의 달란트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플랫폼이다. 움트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문 강사 '움스터'(움트다와 마스터의 합성어)들이 가진 지식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며, 전문강사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공간이다.

움트다의 목적은 분명하다. 여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 남자와 여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성장하자는 것이다.

한편 움트다 블로그(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wumtda)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wumtda/?utm_medium=copy_link)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WUMTDA12) 등 에서 다양한 활동과 일정을 알 수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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