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인 성육신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그리스도인

문화적인 성육신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그리스도인

[ 울타리넘는문화심기 ]

이재윤 목사
2022년 03월 19일(토) 10:00
젊은이들 사이의 신조어 중에 '엄근진'이라는 말이 있다. 엄격, 근엄, 진지의 줄임말인데, 이른바 MZ세대가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문화라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네 교회의 문화를 돌아보면 너무 '엄근진'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세상 문화를 따라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자 한다면, 특히나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다양한 이들과 복음을 나누고자 한다면 시대의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오늘은 젊은 세대는 오히려 매운 맛, 또는 키치적인(괴상한) 멋에 열광하기도 한다. 물론 그 안에 진정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위적 예술가 야마가타 트윅스터(본명 한받)를 소개하고 싶다. 그의 무대를 처음 본 이들은 화려한 의상과 괴상한 춤으로 인해 충격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그의 음악을 찬찬히 들어보면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돈만 아는 저질'이라는 곡에서는 물질만능주의의 세태를 꼬집고 있으며, '후쿠시마 러버'라는 곡에서는 원전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그는 대학로에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음악수업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으며,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 등에서도 자신의 노래로 함께 해오고 있다. 그의 인상적인 작품세계는 예술계에서도 신선한 반응을 불러 일으켜 다양한 미술관 등에서 공연과 작품 전시를 해왔으며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초청공연을 의뢰받았다.

길게 소개를 했는데, 그의 또 한가지 중요한 정체성은 바로 크리스찬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인 그는 아내와 함께 가정예배를 빠뜨리지 않는 신실한 기독교인이다. 한 기독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하듯 그는 '현장에 성령이 계시기에' 거기서 노래하고 춤춘다고 했다. 물론 그의 노래에 기존의 CCM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찾아보기 힘들다. 은혜롭다던가, 착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정의와 평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

'돈만 아는 저질'. 그의 노래 제목이자 한 줄의 가사인 이 메시지는 얼마나 간결하고 정확하게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가. 최근 대선에서도 공정과 정의가 매우 큰 이슈로 떠올랐다. 젊은 세대는 무엇보다 그것에 목말라 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잘 알 듯, 공의와 자선은 구약성경의 큰 두 줄기 아니던가. 게다가 그 둘은 어원마저도 동일한 뿌리이다. 예수님의 설교중 상당수가 '돈만 아는 저질'들에 대한 경고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동안 한국교회의 기독교문화에서 정의를 다룬 콘텐츠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영미권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U2같은 밴드들이 그러한 역할을 감당해왔다. 음악시장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이지만 그들은 크리스찬으로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여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노래에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더 이상 교회가 울타리 안에 갇혀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외친다. 그렇다면 어떤 메시지를 들고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물론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경우처럼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문화콘텐츠에 담아낸다면 분명 의미있는 접촉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홍대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예수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일단 예술가답게 긴 머리의 헤어스타일과 수염을 기르고 다니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닌듯하다. 물론 그가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의 행보가 예수님을 연상시키기에 그런 특별한 별명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영향력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젊은 예술가들 중에 그에게 영감을 얻고 그를 존경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필자가 운영해온 기독교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의 윗층에는 법륜스님이 대표로 계신 정토회 법당이 있었다.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인근 대학교 학생들을 향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실제로 법륜스님이 온다고 하면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몰리곤 했다. 특유의 즉문즉답을 통해 인생상담을 해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질문자중에 크리스찬 학생들도 꽤 있어서 머쓱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과연 기독교쪽에서, 그러니까 목사님 중에서 대학교 캠퍼스에 온다고 하면 학생들이 모여들만한 분이 누가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젊은 세대, 다음 세대를 붙잡아야 한다고 다들 말하지만 참 쉽지는 않은 듯 하다. 문화라는 접촉점이 매우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오늘의 젊은 세대와 접속되기 어렵다. 옛날에 하던 문학의 밤 방식으로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마라맛, 독한 맛에 길들여진 오늘의 세대들에게, 더군다나 그 내면에는 진정성을 담은 메시지를 요구하는 그들에게 다가가려면 좀 더 과감한 방식이 필요하다. 문화적인 성육신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윤 목사(기독교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 대표, 주님의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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