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 "러시아 잘못 아닌 서방세계 책임"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 "러시아 잘못 아닌 서방세계 책임"

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 WCC 총무 서한에 답장
푸틴 잘못 지적 없이 서구 정책만 비난, 평화 중재 기대한 이들 실망 금치 못해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3월 14일(월) 09:16
키릴 러시아 총대주교 모습. /사진출처 Ivars Kupcis/WCC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침묵하던 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지난 10일 세계교회협의회(WCC) 이안 사우카 총무대행에게 답장을 보내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답장의 내용은 양국의 평화를 바란다면서도 NATO 가입을 러시아 주변국으로 확장하고, 러시아에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제제재를 가한 미국과 서방세계에게 그 책임을 돌려 양국의 평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던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안 사우카 총무는 지난 2일 공개서한을 통해 고통받는 형제 자매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높이고, 이 사태에 개입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를 이끌어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키릴 총대주교의 답장의 내용은 "양국의 평화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침략을 개시한 푸틴 정권에 대한 잘못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이 NATO 회원국 확대를 통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압박한 서방세계에 그 책임을 돌렸다.

키릴 총대주교는 "이 대립의 기원은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에 있다"며, "1990년대까지 러시아는 안보와 존엄성을 존중할 것을 약속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는 세력이 러시아 국경 가까이 다가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그들은 무기와 전투 교관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위해 노력과 자금을 아끼지 않았고, 더욱 가장 끔찍한 것은 무기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사는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을 러시아의 적으로 만들려고 한 정신적인 '재교육' 시도였다"고 말했다.

전쟁 책임에 대한 서구의 경제적 제재에 대해서도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에 대해 모두에게 해로울 경제적 제재를 가하며 그들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러시아의 정치나 군사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특히 러시아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어 사용자들과 비사용자 사이의 충돌로 희생자가 대거 발생했을 당시 WCC 올라프 픽세 트베이트 총무가 우크라이나 폭력충돌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을 언급하며, WCC가 정치적 선호와 일방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편견 없는 대화의 장으로 남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은 WCC가 러시아의 입장에서 이번 전쟁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키릴 총대주교의 평화 중재를 기대했던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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