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서 북까지

동에서 북까지

[ 목양칼럼 ]

서규석 목사
2022년 03월 16일(수) 08:15
30, 40분 가량 걸어가야만 다다르는 예배당 입구는 항상 기다림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회를 나가는 본 교회 K장로님(작고)과 그의 부인 권사님은 그렇게 수년을 교회에 출석했다.

살을 에는 듯한 엄동설한 추위와 눈보라 속을 헤치며 다녔고, 삼복더위가 찾아오는 한 여름엔 온통 땀으로 뒤범벅된 옷깃을 여민 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성전 문을 드나들던 어느 날, 장로님과 권사님 두 내외는 아주 특별한 기도 제목이 생겼다. "주님, 가까운 곳에 성전을 마련해 주옵소서."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일이다. 당시 장로님 내외는 집사 신분으로 참으로 거대한 기도를 올린 것이다. 그 간절한 기도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하늘 보좌가 열리며 간구함이 담긴 기도 향로는 주님께 올려졌다. "주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셨도다"며 아름다운 성전을 허락하심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서야 정해주신 터를 잡아 벽돌 한 장 정성스레 쌓아 올리고, 시멘트 한 포 한 포 사랑스레 풀어내기 시작했다.

집사 신분으로 교회를 세워나가고 예배당을 건축해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농사일을 하면서 몇 명 되지 않는 성도들과 함께 힘을 합하여 주님의 성전 건축을 한다는 것이 여긴 힘든 일이 아니었다. 몸과 시간과 물질까지 다 내어 바치며 주의 성전을 건축하는 그 성역엔 피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때는 논에서 일하다가 그 일을 그대로 놔둔 채 성전 건축 현장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웃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어느 때는 밭에서 김을 매다가도 성전 건축하러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교회에 미치고 하나님께 미쳤다"고 말하는 등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하지 못할 소리, 듣지 못할 온갖 소리를 다 들어가며 주님의 아름다운 사역을 위해 두 내외는 일향 변함없이 밀고 나갔다.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다. 마땅히 해야 되는 의무적인 일도 아니다. 안 하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일도 아니지만 두 내외는 생명을 내놓아야 했고 그 일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살림이 부요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누가 건축헌금을 보내와서 한 일도 아니었다. 다만 주의 성전을 건축하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시작했고 더욱 뜨거운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열망 하나로 그 일은 불타 올랐으며, 복음 전하고 죽어가는 생명 하나 살리고자 하는 지상명령을 받들어 수행하는 중이었다. 고생 끝에 이윽고 성전은 완공되어 '교회 이름을 무엇이라 지을까' 궁리하던 두 분은 '동북교회'로 짓기로 했다. "동에서 북까지" 뭇 영혼들을 아우르고 전도하고자 하는 뜻이 담긴 아름다운 이름이다.

예루살렘의 양문 곁 베데스다 연못에 있던 수 많은 병자들 중에 예수님은 38년 된 병자를 만나 그에게 낫고자 하느냐 물으시고 "일어나 자리를 들고 가라" 말씀하시자 병이 떠나갔다. 동북교회는 올해로 38년을 맞이했다. 새로운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날 또 하나의 축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봄기운처럼 심히도 사랑스럽다.



서규석 목사 / 부안 동북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