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숍 창업

퇴사,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숍 창업

[ Y칼럼 ]

김주은 청년
2022년 03월 09일(수) 11:29
하나님 앞에서의 정체성이 회복되고 난 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기업의 쳇바퀴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그렇게 그저 버텨내며 사는 것보다 더 값지고 행복한 길이 있을 것 같았다. 회사에 다니면서는 정직하게 살 수 없고, 관심사였던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찰나였기 때문에 더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0년을 공부한 화학 이외에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안정된 직장을 떠나서도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퇴사를 망설였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고민할 겨를이 없었는데도 돈, 명예 등 사회적인 기준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면 실패자가 될 것만 같았다.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몸과 마음은 더 병들어갔고 버티고 버티다 공황발작 증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더 이상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서야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정말 미련했지만, 그제야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관심사였던 환경과 관련한 일을 하며 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지역에 필요하다고 느꼈던 제로 웨이스트 숍 '불편한가게'를 창업했다. 제로 웨이스트란 'Zero+Waste'의 합성어로 쓰레기 없는 삶을 추구하는 환경운동의 한 분야이다. 불편한 가게에서는 그런 삶을 도울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등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대안 용품을 판매하고 주방 세제나 세탁세제는 용기를 가지고 오면 리필할 수 있도록 내용물만 판매하고 있다.

대학가에 위치한 가게 특성상 근처에 원룸가가 많은 편이고 대부분이 2~30대 젊은 층의 손님들이다. 자취를 하면서 혼자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고 있던 학생들이 집 근처에 이런 가게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 환경 동아리를 하고 있다며 반가움에 달려와 안부를 주고받는 학생들도 있다. 회사에 다닐 때의 월급보다 턱없이 부족한 돈을 벌면서도 이제야 일을 하는 성취감을 느끼고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퇴사 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으며, 왜 더 빨리 이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한탄스러울 뿐이다.

김주은 청년 / 청주복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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