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알잘딱깔센' 대화 한번 해볼까요?

우리 '알잘딱깔센' 대화 한번 해볼까요?

신조어 열풍, '언어'보다 '문화' 이해가 먼저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2월 20일(일) 21:47
 
2022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를 경기를 시청하는 A씨.
한국의 국가대표 황대헌 선수가 조1위로 결승행이 확실한 상황에서 심판진이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실격을 선언한 순간.
'박박' '킹받은' A씨가 소리쳤다. (대박 열받은 A씨가 소리쳤다.)
"'머선129'? 중국 'whyrano'? 반칙 '짜짜' '오지네'. '나나' 어이없어!"(무슨 일이야, 중국 왜그래. 반칙 진짜 알차네. 정말 어이없어!)

'요즘 애들'의 대표주자 'MZ세대'들의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목사님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에 이력서를 냈어요. 합격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장로님, 수련회 날짜 정해졌어요. 바로 '캘박'(캘린더에 박제)해 두세요."
"권사님, 오늘 '저메추'(저녁 메뉴 추천)좀 부탁드려요."
"홀리몰리콰카몰리(맙소사)! 코로나19 확진이라니!"
"올해 새가족으로 등록했습니다.'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요. 잘 부탁해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MZ세대의 신조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테스트해 보는 '신조어 능력고사'까지 등장하며 '신조어 배우기'열풍이 뜨겁다.
요즘 MZ세대에서 '어쩔티비(어쩌라고)'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당모치(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제당슈만(제가 당신을 슈퍼스타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쉽살재빙(쉽게민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등 알아듣기 힘든 말들이 빠르게 탄생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학교 급식을 먹는 대한민국 10대들의 유행어' 라는 뜻에서 '급식체' 라고도 불리는 신조어와 초성어들도 10대뿐만이 아니라 20~30 세대 사이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몇 가지 예시를 들어서 신조어를 '인터넷 언어'라는 명칭으로 사용 빈도를 조사했을 때 '자주 사용' 비율이 42%로 '보통 사용' 비율 39%까지 포함하면 81%가 신조어를 사용할 정도로 보편적이다. 'ㄱㅅ'(감사) 'ㅇㅈ'(인정) 'ㅈㅅ'(죄송) 등처럼 한글의 초성을 사용한 초성체도 66%가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MZ세대들이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 디지털 세상에서 소통해온 디지털네이티브로서 모바일 환경과 SNS활동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신조어는 보통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신조어가 문자를 변형한 언어라서 텍스트로 전달하기에 용이하다. 특히 채팅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은 긴 문장을 쓰는 것을 꺼려하며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 유명 교복업체가 1262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신조어 사용 설문조사'에 따르면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짧게 말하고 쓰는 것이 편해서'(64.3%) '재미있어서'(12.9%) '주변 친구들이 사용해서'(12.2%)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3.2%) 순으로 나타났다.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도 SNS나 메신저 등을 이용할 때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같은 세대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언어의 세대차이가 전반적으로 세대차이를 가속화 하고 있다 우려도 있다. 국립국어연구원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조사'결과 응답자의 61%가 신조어로 인해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응답했는데, 특히 연령별로는 편차가 커서 20대와 60대가 거의 20%p 가깝게 응답률의 차이를 보였다. 세대간 언어의 이질감이 결국 세대간 소통을 어렵게 하면서 전반적 세대 차이가 가속화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 나이 스물여덟인데 벌써 1020대 친구들과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라며, "워낙에 새로운 게 많이 나와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안 그래도 사춘기라서 대화가 점점 줄어드는데, 애가 한국어를 하는지 외계어를 하는지 못알아듣겠다"면서 "카톡을 해도 초성을 쓰거나 알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하니까 꼭 다시 묻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89%)의 사람들이 '대중매체에서 말의 의미를 몰라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해 신조어가 사람 간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조어란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란 뜻으로 한 언어공동체 안에서 새로 만들어졌다가 사회적으로 일정 기간 유통되면서 정착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신조어는 세대 간 소통단절과 언어파괴 등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시대변화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신조어를 공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알고 MZ세대와의 소통을 수월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언어'보다 '문화'에 대한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자세가 먼저여야 한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전도사는 "기성세대들이 신조어를 꼭 알아야 MZ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어색하게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이 관계를 더 어색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Z세대들이 밈이나 언어유희 속에서 그들의 문화와 추구하는 삶이 담겨 있다"면서 예를 들면 '네카라쿠배당토'를 통해 "취준생들에게 '삼현슼엘(삼성, 현대, SK, LG)'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던 기존 대기업들을 제치고 신흥 IT기업이 MZ세대의 최애기업으로 떠오른 것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직장을 선호하는 그들만의 성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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