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의 기록자, 특별한 사명자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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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교회 월간지 '연못골' 창간 600호 발행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1월 10일(월) 11:18
역대 연못골 표지 모음.
연못골 600호 발행을 축하하며 기자들과 교역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요즘 MZ세대들은 '교회회지'를 알고 있을까요?
물론 '웹진' 말고, '종이잡지' 말입니다.
교회회지는 '우리교회'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은 보물같은 '다큐멘터리'였는데.
어느순간 디지털 콘텐츠에 밀려, 뒷방으로 슬그머니 밀려나 버리고 말았죠.

#연못골 600호
그래서 참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노회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시무) 월간지 '연못골'이 창간 53주년, 제600호를 발행했다.

"정독하며 참여하는 것으로 독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코로나 중에도 교회와 교우들의 소식을 '연못골'로 만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육신이 고달프도록 백방으로 뛰는 기자들에게 호빵이라도 사주어야겠습니다"

교인들은 "벌써 600호까지 발행한지 몰랐다"면서 "상상할 수 없는 무게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감당하는 기자들의 사랑과 헌신에 감사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연못골은 1969년 1월 26일, 4.6배판 4쪽의 '연동소식'으로 창간호를 펴냈다. 이후 1991년 '연못골'로 제호를 변경하고 지금까지 신국판 72쪽으로 매달 발간되는 '교회월간지'다. 시대의 흐름상, 종이잡이와 PDF형식의 웹진이 동시에 발행되고 있다.
 
#연못골을 만드는 사람들

지난 6일 연동교회 게일홀에서 '연못골'을 만드는 기자들을 만났다.

주간 박현미 권사는 "연못골은 기성잡지보다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우리교회만의 목소리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면서 "교회와 교인들이 함께 호흡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니즈를 알고 있고, 그래서 애정도 크다"고 소개했다. 박 권사는 연못골 최초의 여성 '주간'(편집장)이며, '기자'로 봉사한지 20년 이 훨씬 넘었다. 이날 함께 한 이정민 집사와 이만희 집사도 경력 20년 이상, 역시 모두 '주간'을 역임한 기자들이다.

연못골은 20대에서 50대까지 14명의 기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연못골이 교인들에게 배포되는 주일에 모여 모니터링과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취재와 편집과정을 거쳐 매달 한권의 책을 내어놓는다. 사실 각자의 생업이 있는 봉사자들이 매달 책 한 권씩 만들어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헌신과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박 권사는 "특별한 사명감과 서로에 대한 끈끈함, 교회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달 새벽 업무는 기본이고, 밤샘 작업도 비일비재 하다. 때에 따라서는 생업보다 먼저여야 한다. 이정민 집사는 "입찰업무와 연못골 제작이 겹친 적이 있는데, 입찰을 포기했다"면서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 선택이다"고 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누가 시키면 못할 일"이라면서 "사명감이자, 교회와 연못골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했다. 박 권사는 "새벽 서너시 쯤 선배님께서 원고 청탁이나 취재를 요청하실 때가 있었다"면서도 "힘든 일이지만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격월 발행, 그리고 과제들

연못골은 창간호 발행 후 단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19년 현장예배가 중단되고 교회 문이 닫혔을 때 '연못골'도 '격월' 발행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주간이던 이만희 집사는 "갑자기 모든 환경이 변했다"면서 "모든 과정이 온라인화 됐고, 기자들도 많이 힘들어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연못골'은 봉사 강도가 높다 보니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유대감이 없이는 힘든 작업일 수밖에 없다. "온라인으로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부담이 더 커지고 지칠 수밖에 없었다"는 이 집사는 "조만간 기자들에게 고기를 사겠다"는 말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종이잡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연못골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회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아직은 웹진보다는 종이잡지가 필요하긴 하다"는 이정민 집사는 "필요한 고민이지만 종이책 그 자체만으로 문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연못골이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고, 향후 누구나 친근하게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만희 집사는 "교회회지를 만드는 교회 관계자들과 연대해 회지 내 이미지와 글들을 작은교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회지의 사진과 원고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필요한 교회들과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 연못골 기자들은 모두 교회 역사의 기록자라는 사명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박 권사는 "교회와 교인들이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해 나가겠다"면서 "부담이 크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선배님들과 기자들과 함께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해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최은숙 기자

20년 이상 연못골 기자로 봉사한 이만희 집사, 박현미 권사, 이정민 집사.(사진 왼쪽부터).
연못골 제6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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