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으로 떠나는 새해의 여행

공공선으로 떠나는 새해의 여행

[ 주간논단 ]

장신근 교수
2022년 01월 11일(화) 08:18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는 감염의 두려움으로 인하여 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이다. 여행업계는 줄줄이 도산하고, 인산인해를 이루던 공항은 인적이 드문 시골 역처럼 변해버리고, 항공사들은 여객 대신 화물 운송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행에 대한 갈증으로 목적지 없이 비행기 안에서만 관광지를 내려다보고 다시 돌아오는 회항 여행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들의 여행 욕망을 2년간이나 차단해 버렸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모두가 올해에는 제발 자유롭게 여행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팬데믹의 상황에서 여행에 대한 소망이 이처럼 절실하지만, 오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떠남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저명한 구약 성서학자인 월터 브루그만이 최근의 저서에서 이야기했던 "이웃과 함께 공공선으로 가는 여행"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단순히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감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죽음을 향해가고 있으며, 이를 빨리 멈추고 현재 삶의 양식에서 떠나라는 강력한 경고 사인이다. 이는 지구적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한 극심한 양극화, 끝없는 소비중독으로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어 버린 자연 생태계, 호모 데우스를 꿈꾸는 오만한 과학기술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한 없는 욕망에 대한 경고이다. 여기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류는 계속해서 엄청난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고통 가운데 멸망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청지기인 우리는 한해의 출발점에서 생명 살림을 위한, 즉 공공선을 향한 여정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세 가지의 떠남을 생각해 본다. 먼저, 우리들의 내면 깊이에 자리한 결핍의 두려움에서 떠나는 영적 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창조주 하나님의 풍성하심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분과 멀어질수록 우리는 물질적인 것을 신뢰하게 되고 결핍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게 된다. 한해의 출발점에 서서 우리의 내면을 하나님의 풍성함으로 채워가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생명을 파괴하는 소비중독에서 떠나는 훈련이다. 소비는 이제 개인적 취향의 문제를 넘어 생명 살림의 차원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지구 생명 공동체가 신음하면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와 같은 때에 나의 소비가 다른 생명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성찰하고, 공생을 위한 소비는 무엇인지를 함께 모색하고 실천하는 삶이 요청된다.

세 번째는 반생명적이고 불의한 시스템으로부터의 떠남이다. 이는 우리가 속한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에서 도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선을 위하여 시스템 차원의 개혁을 이웃과 함께 이루어 나가자는 것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소유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도록 몰아가는 오늘의 지구적 시스템은 우리를 결핍의 노예로 만들고, 결국은 인간들에 의한 지구 생명 공동체의 종말을 초래한다.

하나님께서는 임인년의 출발점에서 우리가 그분과 깊은 관계 속에서 내면의 욕망을 다스리고, 결핍에 대한 두려움인 소비중독에서 벗어나고, 무엇보다 이웃과의 연대를 통하여 반생명적이며 불의한 시스템 개혁에 헌신하도록 파송하신다. 올 한해 하나님께서 명하시는 이러한 생명 살림의 소중한 여정에 독자 여러분 모두가 동반자가 되시기를 기원한다.



장신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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